여자프로농구 ‘진기명기’
최근 여자프로농구에서 나온 ‘황당한’ 두 경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춘천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춘천 안방에서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안산 신한은행을 상대로 5.3초 동안 9점을 넣으며 한국 농구사상 가장 극적인 역전쇼를 펼쳤다. 우리은행은 전원 2진급을 기용한 신한은행에 경기 내내 끌려갔다. 우리은행도 종료 1분9초 전 12점으로 점수 차가 벌어지자 김계령, 홍현희, 김은혜 등 간판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종료 10초 전 신한은행의 득점으로 6점 차가 되자 중계방송 해설자조차 “승부는 결정이 났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은행의 기적이 시작됐다. 5.3초를 남기고 박혜진의 골밑슛으로 81-85, 4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어 종료 4초 전 상대 공을 가로채기 한 김은경이 파울을 얻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83-85. 상대 패스를 김은경이 다시 가로채 골밑슛을 성공시켜 마침내 85-85 동점을 만들었다. 남은 시간은 2.3초. 신한은행 공을 홍보라가 가로챈 뒤 종료 버저와 동시에 3점슛을 던진 게 그대로 꽂혔다. 88-85. 우리은행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남자 대표팀이 종료 25.5초 전까지 7점 차 열세를 만회해 연장에서 승리했고, 여자농구에서는 2005년 12월 신세계 앨레나 비어드가 금호생명을 상대로 30초 동안 혼자 7점을 몰아넣어 역전승한 일이 있다. 하지만 두 경기 모두 우리은행의 역전승에 견줄 수 없다.
1일 천안 케이비(KB)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안방팀 국민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에서는 3쿼터 종료 4분42초를 남기고 희한한 장면이 나왔다. 삼성생명이 공격하던 도중 작전시간을 요청한 뒤 다시 코트에 나와 국민은행 골대 밑에서 수비 전형을 갖췄다. 수비를 해야 할 국민은행 선수들도 덩달아 자기 골문을 향해 ‘자살골’을 넣겠다며 공격에 나섰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국민은행 변연하가 갑자기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공격권이 삼성생명에 있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킨 뒤 삼성생명의 공격으로 경기가 재개됐다. 이명호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국장은 “40년 동안 농구를 봐왔지만 이틀 연속 이런 경기는 처음 본다”며 껄껄 웃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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