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지난해 양용은의 아시아인 최초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골프강국 코리아’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번엔 ‘빙상강국 코리아’가 됐네요. 서양의 전유물이라던 수영 남자 자유형 400m(금)와 200m(은)에서도 박태환이 2008 베이징올림픽 메달을 따냈으니, 육상만 제패하면 다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2010 밴쿠버올림픽의 쾌거, 한국 스포츠의 힘 정말 대단합니다. 현재와 같은 선수 지도 및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오기는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결의와 집념, 그리고 피눈물 나는 노력은 정말 세계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밴쿠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로 2010 남아공월드컵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월드컵에서도 또 한바탕 코리아 돌풍이 일까요? 월드컵 100일을 앞둔 3일 축구협회가 대한민국 응원 출범식을 열었는데, 허정무호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축구팬들 사이에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우세한 것 같네요. 지난해 12월초 남아공월드컵 조추첨 뒤, ‘허정무호 최대 2승1패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가 한 독자한테 근거도 빈약한데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느냐고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축구협회에서 우연히 박문성 <에스비에스>(SBS) 해설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박 위원은 “그리스의 월드컵 유럽예선 전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해봤는데, 공격이 단조로워 한국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그는 그리스는 무조건 잡고, 아르헨티나전 잘 넘기면 16강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대표팀 감독의 사위이자 대표팀 공격의 핵인 세르히오 아궤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 <월드사커>와의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아르헨티나대표팀의 문제는 거의 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화요일 만나 토요일 경기하고 헤어진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궤로를 비롯해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 빠르지만 키 작은 공격수들을 보유한 아르헨티아의 ‘고공플레이 약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물론 ‘페널티박스의 약탈자’라는 장신 골잡이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이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라고, 한국이 지레 겁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 마라도나의 황소고집, 감독 취임 이후 84명을 대표팀에서 시험한 그의 우유부단함, 그리고 그와 세계적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주니어스)와의 불화, 메시의 대표팀에서의 부적응 등 …. 아르헨티나의 아킬레스건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축구공은 둥글다고 합니다. 현대 축구에서 90여분 경기 동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석달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남아공월드컵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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