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 “허정무 감독이 안정환(34·다롄 스더)과 이승렬(21·FC서울) 중 누구를 뽑을 것 같아요?” 한 축구전문가에게 대뜸 이렇게 물어봤더니, 그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며 아주 곤란해하더군요. 그래서 “대부분 감독들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신예의 패기보다는 베테랑의 경험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아요? 허 감독이 안정환을 남아공에 데려가지 않겠어요?”라고 넌지시 떠봤더니, 그는 여전히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하더군요. 오랜 대화를 나눴지만, 역시 답을 찾기 힘든 주제임을 확인했습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6.11~7.11)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승 후보 및 허정무호의 최종 엔트리가 어떻게 짜일지 각국 언론은 물론 축구팬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예들은 그렇다 치고, 전성기는 넘겼지만 풍부한 경험으로 아직도 활용도가 높은 노장들이 남아공 무대를 다시 누빌 수 있을지 여부는 어느 곳에서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의 경우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33살 베테랑 중앙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AC밀란)에게 계속 구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스타가 “예선에 뛴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며 대표팀 복귀를 꺼리고 있어 감독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하네요. 비슷한 경우로는 삼바군단의 넘버원 골키퍼 디다(AC밀란)도 있습니다. 반대로, 본인이 강력히 원하고 있으나 감독이 꺼려 남아공 비행기에 탑승 못 할 가능성이 있는 스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AC밀란)과 마이클 오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둥가 감독의 브라질은 호나우지뉴(AC밀란)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세계적 플레이메이커인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주니어스)는 남미예선 18경기 중 9경기를 뛰며 팀내 공동 1위인 4골을 넣었지만,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안정환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런던 평가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위협적인 슈팅을 보여준 안정환이지만 허 감독의 의중은 도무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일단 뽑았으니 남아공에 데려갈 생각은 있는 것 같으나,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겠지요. 과거 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지낸 축구전문가는 그러더군요. “안정환과 이승렬 중 누구냐는 식의 이분법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상대할 세 팀에 대한 감독의 전술에 따라 공격수(투톱) 엔트리를 4명에서 5명으로 늘려 둘을 다 데려갈 수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엔트리 중 3분의 1은 노장, 3분의 1은 신인, 3분의 1은 그 중간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는 게 이상적이다”고 하더군요. 허정무 감독은 이와 관련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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