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 44년 전 열린 1966 잉글랜드월드컵 본선은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승트로피 도난 등 해프닝도 많았고, 북한의 8강 신화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변이 나온 대회로도 유명합니다. 본선 3개월 전, 우승팀에 주는 ‘쥘리메 트로피’가 전시 중 도난당했는데, 일주일 뒤 피클스라는 잡종견이 한 울타리 밑에서 발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네요. 또 아이디(ID) 카드를 호텔에 두고 나온 ‘정신나간’ 잉글랜드 선수들 때문에 잉글랜드와 우루과이의 개막전이 지체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고 합니다. 경찰 오토바이가 출동해 아이디 카드 수송작전까지 벌였다네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핑테스트를 처음 도입하고, 선수들의 귀화를 금지한 것도 ‘혁신적인 조처’로 기록돼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양의 펠레’ 박두익을 앞세운 북한의 돌풍은 당시 최고의 ‘서프라이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키더니, 8강전에서는 포르투갈에 3-0으로 앞서며 세계 축구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이후 에우제비우에게 무려 4골을 내주며 결국 3-5로 아쉽게 지고 말았는데, 이것은 월드컵사의 명승부로 기록돼 있습니다. 에우제비우가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골든슈)에 올랐으나, 포르투갈이 3위에 그친 것도 참 아이러니합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수비의 교과서’ 보비 무어, 보비 찰턴, 그리고 당시 서독과의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프 허스트를 앞세워 사상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대회 백미였습니다. 이후 잉글랜드는 월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6월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가 다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과거 10대 악동 스타에서 어느새 25살 성숙한 골잡이로 변신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습니다. 요즘 루니의 활약상은 정말 대단합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AC밀란과의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안방 2차전에서 2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4-0 완승을 이끄는 등 경기마다 골폭죽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가 주축인 맨유나 잉글랜드대표팀은, 각각 챔피언스리그와 남아공월드컵 우승에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입니다. 루니는 17일 현재 이번 시즌 32골을 기록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맨유 시절 작성한 한 시즌 42골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갑자기 골을 많이 넣는 이유는 뭘까요. 루니는 “페널티박스에 많이 머물며 골마무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즌 호날두와 플레이할 때는 최전방보다는 뒤로 처져 플레이하거나, 자기 진영까지 내려와 수비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엔 달라진 것입니다.
거친 플레이와 나쁜 매너로 한때 ‘악동’이라 불렸지만, 요즘은 플레이 태도도 많이 온건해졌다군요. 지난해 11월 첫 아들을 낳았는데 “아버지가 된 이후 아들에게 롤모델이 돼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요즘 한창 물 올라 있는 루니가 1966년 이후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잉글랜드의 ‘한’을 44년 만에 풀어줄 수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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