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 “영국이 축구를 만들어냈고, 브라질은 그것을 완성시켰다.” 세계 축구계에서는 이런 말이 정설처럼 돼 있다고 합니다. 역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야성의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축구황제’ 같은 ‘삼바군단’ 스타들의 위대한 업적을 이르는 말이겠지요. 1930년 우루과이에서 시작돼 18차례 치러진 월드컵 본선에서 5차례(1958, 1962, 1970, 1994, 2002) 우승으로 사상 최다인 5개의 별을 유니폼에 단 브라질.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는 4년 전 아픈 실패를 딛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가 최근 브라질 핵심 스타 카카(28·레알 마드리드)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4년 전의 기억을 지워버릴 좋은 기회”라며 벼르고 있더군요. 2006 독일월드컵 때, 브라질은 8강전에서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와 만나 티에리 앙리에게 골을 내주며 0-1로 져 탈락했습니다. 브라질은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월드컵 무대 실패도 적지 않았습니다. 호나우두-호나우지뉴-아드리아누-카카-호비뉴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보유하고도 4년 전 우승하지 못한 것은, 1982 스페인월드컵과 닮은 꼴입니다. 당시 브라질은 소크라치스, 지쿠, 파우캉(팔카우) 등 세계적 스타를 앞세우고 승승장구했으나, 이탈리아에 2-3으로 져 4강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브라질을 울린 주인공은, 혜성처럼 등장한 골잡이 파올로 로시. 그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효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브라질은 당시 패배를, 경기장 이름을 따서 ‘사리아의 참사’라고 한다네요. 브라질의 이번 남아공월드컵 멤버 윤곽이 드러났는데, 스타성이나 명성에서는 예전보다 다소 뒤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어느새 20대 후반에 들어선 카카도 요즘은 전성기를 지난 모습이고, 간판 골잡이 루이스 파비아누(30·세비야)의 위력도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주역 호나우두만 못한 게 사실입니다.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인 루시우(32·인테르밀란)도 노장입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브라질 우승의 주역 둥가 감독이 팀을 잘 이끌어 브라질은 남미예선 1위(9승7무2패),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의 기세를 올렸지만, 남아공에서 북한,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과 함께 죽음의 G조에 편성돼 방심했다간 치욕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브라질이 조별리그를 넘어서려면 1차전(6월16일 오전 3시30분·이하 한국시각)에서 북한, 2차전(6월21일 오전 3시30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격파해야 합니다. 북한은 벌써 몇개월 전부터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하며 1966 잉글랜드월드컵 8강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고, 코트디부아르에는 공포의 골잡이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포진해 있어 브라질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은 3차전(6월25일 밤 11시)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과 격돌해야 합니다. 이 경기는 레알의 동료 카카와 호날두의 대결이라는 면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삼바군단, 과연 6개의 별을 달 수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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