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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MVP 귀하신 몸 이등병도 즐거워

등록 2010-04-15 19:39

프로농구 ‘빅맨’ 함지훈
프로농구 ‘빅맨’ 함지훈
프로농구 ‘빅맨’ 함지훈




까맣고 커다란 눈망울에선 금세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말투는 곰처럼 느려터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묘한 매력이 흐른다. 눈에는 눈물 대신 미소가 번지고, 조곤조곤 말도 잘한다. 함지훈(26)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를 정상에 올려놓았고, 자신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다. 오는 19일 상무 입대를 앞둔 그를 1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발목·무릎 부상 이어진 시련
여자친구 격려에 재활 성공
양동근 “우승하고 군대 가라”
약속 지키고 ‘기분 좋은’ 입대

■ 동근이 형과의 약속 ‘저 형은 키가 작아서 성공하긴 힘들겠다.’(함지훈) ‘키 작고 뚱뚱한 쟤는 아마 살 빼려고 농구 하나 보다.’(양동근)

1996년 어느날, 서울 삼선중학교 체육관. 서울 미아초등학교 6학년 함지훈과 삼선중학교 3학년 양동근은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때만 해도 둘 다 코트보다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둘은 지금 모비스의 쌍두마차다. 함지훈의 3년 선배인 양동근은 신인상에 이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그리고 2006~2007 시즌엔 마침내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뒤 챔프전 최우수선수상을 받고 상무에 입대했다. 양동근은 함지훈에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힘을 합쳐 팀을 우승시키자. 그리고 꼭 챔프전 최우수선수상 받고 군대 가라. 나처럼.” 함지훈은 양동근과의 약속을 지켰다.


■ 할머니와의 약속 함지훈은 어린 시절 서울 창동의 창일초등학교에 다녔다. 어린 함지훈의 꿈은 비행기를 실컷 타보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지훈아! 엄마 아빠 보니까 농구 선수가 되면 비행기를 많이 탈 수 있더라. 꼭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되거라.” 그의 아버지 함영진(60)씨와 어머니 이정우(53)씨는 실업팀 전매청과 선경에서 농구를 했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자식에게까지 힘든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어린 지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부가 있는 미아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함지훈은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아 늘 벤치만 지켰다. 농구를 그만둘까 방황도 했다. 그런데 중3~고1 때 훌쩍 15㎝가 컸다. 그는 “아버지(1m88), 어머니(1m74)가 모두 키가 커서 느긋하게 기다렸다”고 했다. 부모님은 코치 구실까지 해줬다. 나날이 기량이 늘었고, 농구 명문 경복고와 중앙대를 거쳐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함지훈은 15년 전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함지훈은 누구?
함지훈은 누구?

■ 여자친구와의 약속 함지훈에겐 두 살 위 여자친구가 있다. 대학 1학년 때 만나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었다. 둘은 “서로 힘들 때 힘이 되어주자”고 약속했다. 그는 여자친구 김민경(28·회사원)씨를 ‘복덩이’라고 소개한다. 그를 만나고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함지훈은 스타가 된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면 나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모비스에 입단한 것도 행운이고,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이 1명으로 줄어든 것도 복”이라며 몸을 낮춘다.

행운은 시련을 극복했기에 가능했다. 그 옆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민경씨’가 있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발목을 크게 다쳤다. 1년 내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4학년 때 복귀했지만 김태술, 이동준, 양희종, 정영삼, 이광재 등 쟁쟁한 동기들이 많았다. 프로 입단을 앞두고 함지훈은 센터가 약한 모비스에 가고 싶어 했고, 소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또 시련이 찾아왔다. 프로 첫해인 2007~2008 시즌 무릎 연골 반월판이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힘겨운 재활을 또 버텨냈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힘들 때 그를 지켜준 여자친구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젠 여자친구가 힘들 때 함지훈이 그 약속을 지킬 차례다. 여자친구를 떠올리는 그의 큰 눈망울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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