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빅맨’ 함지훈
프로농구 ‘빅맨’ 함지훈
까맣고 커다란 눈망울에선 금세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말투는 곰처럼 느려터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묘한 매력이 흐른다. 눈에는 눈물 대신 미소가 번지고, 조곤조곤 말도 잘한다. 함지훈(26)은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를 정상에 올려놓았고, 자신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다. 오는 19일 상무 입대를 앞둔 그를 1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발목·무릎 부상 이어진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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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우승하고 군대 가라”
약속 지키고 ‘기분 좋은’ 입대 ■ 동근이 형과의 약속 ‘저 형은 키가 작아서 성공하긴 힘들겠다.’(함지훈) ‘키 작고 뚱뚱한 쟤는 아마 살 빼려고 농구 하나 보다.’(양동근) 1996년 어느날, 서울 삼선중학교 체육관. 서울 미아초등학교 6학년 함지훈과 삼선중학교 3학년 양동근은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때만 해도 둘 다 코트보다는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둘은 지금 모비스의 쌍두마차다. 함지훈의 3년 선배인 양동근은 신인상에 이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그리고 2006~2007 시즌엔 마침내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뒤 챔프전 최우수선수상을 받고 상무에 입대했다. 양동근은 함지훈에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힘을 합쳐 팀을 우승시키자. 그리고 꼭 챔프전 최우수선수상 받고 군대 가라. 나처럼.” 함지훈은 양동근과의 약속을 지켰다.
■ 할머니와의 약속 함지훈은 어린 시절 서울 창동의 창일초등학교에 다녔다. 어린 함지훈의 꿈은 비행기를 실컷 타보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지훈아! 엄마 아빠 보니까 농구 선수가 되면 비행기를 많이 탈 수 있더라. 꼭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되거라.” 그의 아버지 함영진(60)씨와 어머니 이정우(53)씨는 실업팀 전매청과 선경에서 농구를 했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자식에게까지 힘든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어린 지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부가 있는 미아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함지훈은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아 늘 벤치만 지켰다. 농구를 그만둘까 방황도 했다. 그런데 중3~고1 때 훌쩍 15㎝가 컸다. 그는 “아버지(1m88), 어머니(1m74)가 모두 키가 커서 느긋하게 기다렸다”고 했다. 부모님은 코치 구실까지 해줬다. 나날이 기량이 늘었고, 농구 명문 경복고와 중앙대를 거쳐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함지훈은 15년 전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함지훈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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