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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로 집 지은 ‘박종훈 매직’

등록 2010-04-29 20:09수정 2010-04-29 23:38

박종훈 LG 감독
박종훈 LG 감독
[36.5℃ 데이트] 박종훈 LG 감독




5년간의 파격적인 감독 계약. 그러나 시련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선수들의 잇단 항명 파동이 불거졌다. 야구팬들 사이에 “엘지는 올해도 글렀다”는 말이 나왔다. 항명 파동 직후였던 지난 13일 엘지는 4승8패1무로 넥센과 공동 꼴찌였다. 그런데 현재 엘지는 12승10패1무로 4위다. 최근 10경기 8승2패.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콩가루’ 집안이 보름 새 ‘명가’로 탈바꿈했다.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지난 27일 박종훈 감독과 마주 앉았다.

박종훈 감독 프로필
박종훈 감독 프로필
제자 사랑 봉중근이 찾아왔다. 봉중근의 아내가 미니홈피 댓글에 박 감독을 향해 욕설을 남긴 다음날이었다. 봉중근은 깊이 사죄했다. 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내 아내라도 남편이 욕먹고 들어왔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오히려 봉중근의 아내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달라고 했다. 봉중근은 지난 15일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박 감독) 너랑 싸움하고 싶다”고 대들었던 이형종도 사랑으로 감쌌다. 박 감독은 “아직 상황 판단이 부족한 나이다. 형종이를 잘 아니까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때로는 나무라는 것보다 감싸안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의 병을 치유한 이형종은 1군 마운드에 설 날이 머지않았다. 스승과 제자는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한마음이 됐다.

엘지 사랑 박 감독은 ‘두산맨’이다. 선수로 7년, 지도자로 3년 해서 10년이나 두산 밥을 먹었다. 그런데 박 감독은 “엘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깜짝 고백했다. “엘지는 정말 가고 싶은 팀이었다. 엘지의 프러포즈를 받고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박 감독은 1994년부터 3년 동안 엘지 타격코치를 했다. 당시 엘지는 방망이를 앞세운 ‘신바람 야구’의 전성기였다. 그 중심엔 박 감독이 지도한 유지현·서용빈·김재현 ‘새내기 3인방’이 있었다. 그는 “당시 엘지는 정말 좋은 팀이었다”고 했다. 지금 엘지 코칭스태프에는 김영직 수석코치를 비롯해 서효인, 송구홍, 유지현, 서용빈, 허문회, 이종열 등 엘지 시절 그의 제자들이 즐비하다. 최근 엘지가 상대를 크게 이긴 뒤 박 감독이 “서용빈 매직”이라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 서용빈 타격코치 덕분이라는 뜻이다. 그는 코치들에 대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며 웃음지었다.

야구 사랑 강원도 홍천 시골에서 작대기로 ‘찜뽕’을 하면서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홍천 시골에 무려 4개 초등학교 야구부가 있었다. 아버지 몰래 ‘도둑 야구’를 하면서도 야구가 너무 좋았다. 어린 시절 50m 내리막길을 수없이 반복해서 뛰면서 주루 능력을 키웠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야구 서적에 푹 빠져 살았다. “머릿속 기억을 끄집어내는 게 부족해 잘 정리된 책 몇 권 본 것일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박 감독의 아들도 야구 선수다. 그는 “아빠와 아들이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로 대한다”고 했다. 아들 윤은 아빠를 닮아 왼손잡이지만 교타자였던 아빠와 달리 아들은 장타자다.

박 감독의 등번호는 75번이다. 이유를 물었다. “분명히 이유는 있지만 지금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떤 목표치”라는 힌트만 줬다. 승률 7할5푼? 한 시즌 75승? 75살까지 야구 감독? 기자의 쏟아지는 반문에 박 감독은 연방 고개를 저으며 빙그레 웃기만 했다. 순간 “나는 분명히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라는 박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등번호 75번의 해답은 미래 언제쯤 얻을 수 있을까.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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