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윌킨스(73)는 미국 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감독이다. 윌킨슨은 시애틀 슈퍼소닉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애틀랜타 호크스, 토론토 랩터스, 뉴욕 닉스 등에서 무려 32년 동안 지휘봉을 잡으며 통산 1332승을 거뒀다. 두 달 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돈 넬슨(70) 감독이 1333승을 거두기 직전까지 미국 프로농구 최다승 감독에 빛났다.
윌킨스가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기술고문으로 선임돼 6일 오후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과연 한국 남자농구의 ‘히딩크’가 될까?
사실 한국 남자농구는 절박하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50여년 동안 아시아 남자농구 무대를 다섯 차례 석권했다.아시아선수권대회(ABC)에서 1969년과 1997년 두 차례 우승했고,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970년 방콕, 1982년 뉴델리, 2002년 부산 등 세 차례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최근 중동세에 밀리면서 지난해 텐진아시아선수권에서는 7위까지 추락했다. 11월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를 6개월이나 남겨두고 서둘러 대표팀을 구성하고 윌킨스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신동파 국가대표운영협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축구도 (월드컵을 앞두고)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농구는 이러면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크다”며 “그래서 프로농구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케이비엘(KBL)과 대한농구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협의회라는 기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윌킨스는 유재학 감독과 뜻이 잘 맞는 듯했다. 그는 “수비가 금메달 획득의 첫번째 조건”이라고 유 감독과 입을 모았다. 윌킨스 고문은 “디브이디(DVD) 등을 통해 한국의 경기를 많이 봤다. 유 감독과 좋은 화합을 이뤄 아시아경기대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기술적인 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아시아 농구가 높이나 수비에서 많이 좋아졌다. 190㎝가 넘는 선수들의 수비나 발놀림이 우리나라 단신 선수들보다 빠르다”며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보면 우리 대표팀은 주된 공격 루트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패턴에 의한 약속된 공격 루트를 개발하고 수비 역시 정신력을 강하겠다. 수비를 해야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윌킨스 고문도 “한국 선수들은 키가 큰 선수들이 많지 않지만 전체적인 기량들이 좋아 보였고 직접 훈련을 보면서 더 많은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 감독이 강조하는 수비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아직 눈에 띄는 선수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고 답했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명장들은 서로 첫 인상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윌킨스 고문을 만났던 유재학 감독은 “농구 선배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어른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항상 내 생각과 다른 답을 하신 적이 없었다”며 “나와 같은 색깔의 농구를 추구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윌킨스 고문 역시 “유 감독이 지도하는 팀의 경기 동영상을 보니 수비를 강조하는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며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선발된 27명은 7일 오후 경기도 용인 모비스 체육관에 모여 19일까지 훈련하고 20일부터는 태릉선수촌으로 옮긴다. 이어 7월5일 라스베이거스 전지훈련 전까지 15명으로 인원을 추리고, 8월13일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 전에 엔트리 12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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