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대한배드민턴협회(회장 오성기)에 요즘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기존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가 내년부터 ‘프리미어 슈퍼시리즈’로 격상되면서 총상금 규모만 120만달러로 무려 4배나 늘렸는데, 막상 대회를 개최하려니 상금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판단 때문입니다. 120만달러는 우리 돈으로 14억여원으로, 실제 프로종목도 아닌 아마추어 종목에서 이렇게 큰 상금을 내걸고 대회를 여는 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남녀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을 한다고는 하나, 3억원에서 최고 8억원에 이르는 국내 남녀 프로골프대회와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많은 상금 액수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강영중 대교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올해 들어 전영오픈 등 기존 슈퍼시리즈 12개 중 3~4개를 ‘프리미어 슈퍼시리즈’로 한 단계 격상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유치 신청을 받았습니다. 프로테니스 등처럼 4대 메이저대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프리미어 슈퍼시리즈가 되려면 총상금 규모가 최소 20만달러(2억3700여만원)에서 35만달러(4억1500여만원)는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경기단체 중 대한축구협회 다음으로 재원이 풍부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통 크게 120만달러 대회로 만들겠다며 유치신청을 냈고,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5개 대회 총상금 규모를 보니, 코리아오픈 다음으로 상금이 많은 인도네시아오픈이 60만달러로 절반 수준이고, 전영오픈, 중국오픈, 덴마크오픈등은 35만달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배드민턴협회로서는 다른 대회와의 상금 격차가 너무 커 아주 난감한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애초 협회 고위 관계자는 “우리 협회가 뭐 돈이 없나, 배드민턴 키드의 탄생과 저변 확대를 위해 크게 상금을 걸었다”고 설명했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겁니다.
협회 관계자는 “코리아오픈의 프리미어 슈퍼시리즈 격상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애초 메이저대회는 3~4개로 하기로 했는데 세계배드민턴연맹이 5개로 늘려 약속을 어겼다는 점, 그리고 올림픽 참가 자격을 결정하는 월드랭킹 포인트에도 20% 가산점을 주기로 했는데 그것도 애초 약속보다 낮아졌다는 점 등입니다.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이 한국 사람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이끌던 강 회장은 협회의 경기인 출신 실세와 첨예한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초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이번 사태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양쪽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성격이 짙은 것 같아 매우 씁쓸해집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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