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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수영장이면 어때… 이팔청춘 ‘깜짝 한국신’

등록 2010-07-29 19:51수정 2010-07-29 21:50

수영 샛별 함찬미
수영 샛별 함찬미
[36.5℃ 데이트] 수영 샛별 함찬미
원주서 25m짜리 레인 연습
여자배영 100·200m 2관왕

“기록 재어본 적도 없는데…”
아시아경기 출전 부푼 ‘꿈’
2분12초87. 터치판을 확인한 앳된 소녀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웃음이 번졌다. 한국신기록이었다.

엠비시(MBC)배 전국수영대회에서 지난 20일 고등부 여자배영 200m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함찬미(북원여고1)는 겨우 16살이다. 고1이 대회 첫 한국신기록을 쓸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폴리우레탄으로 전신을 감싸는 ‘첨단 수영복’을 금지한 올해 대회에서 한국신기록 수는 지난해에 견줘 반으로 줄었는데, 2개뿐인 신기록 중 하나가 함찬미의 것이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나온 2분13초00의 기록을 0.13초 줄였다. 여자배영 100m에서도 1분04초38로 대회신기록을 쓰며 2관왕에 오른 함찬미는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국가대표팀 상비군의 실력파였지만 “쟁쟁한 선수들과 달리 전국체전 금메달 한번 받아본 적이 없었고”, “태릉에서도 국제대회 한번 못 나가보고 방출됐던” 까닭에 주변도, 본인도 놀랐다. “대회 전까지 한번도 제대로 기록을 재어본 적이 없어서 12초대가 나올 줄 몰랐어요.”

함찬미가 사는 강원도 원주에는 대회 규격인 50m 수영장이 없다. 계속 25m 수영장에서 초를 재어가며 연습했다. 다이빙대도 없는 일반 수영장을 시의 배려로 싸게 빌려 쓴다. 큰 수영장이 있는 춘천까지는 가는 데만 40여분이 걸려 포기했다.

학교 수영부가 4명이 전부일 정도로 수영선수가 드문 원주에서 함찬미가 처음 ‘물질’을 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하도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 까맣게 탄 장난꾸러기를 엄마는 “수영을 하면 놀아도 하얗지 않겠느냐”며 단체반에 등록시켰다. “얼마나 재밌었던지 다섯시간이 넘어도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물을 ‘잡는’(물살을 헤친다는 뜻) 것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권경승 북원여고 코치가 그의 소질을 알아보고 선수가 되길 권했다. 1년 만에 도대회에서 덜컥 은상을 타 오며 선수생활이 시작됐다. “터치패드를 누르고 기록을 확인했을 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너무 좋아” 고된 훈련과 슬럼프까지 이겨낸다는 노력파다.

때론 시설과 정보 등이 앞서는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물을 잡는 데는 손이 따뜻해야 좋다는 걸 중학교 때까지 몰랐거든요. 서울 어느 대회에 출전했을 때 한 초등학생이 엄마에게 스포츠 장갑을 달라고 해서 보온을 하는 걸 보고야 몸 관리법을 알았어요. 수십만원이 넘는 고급 수영복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놀라웠구요.”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회에 불러내는 것조차 죄송스러웠던 어른스런 소녀다. 가족 중에 운동선수도 처음이다. “그래도 수영은 피겨스케이팅이나 골프만큼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생긋 웃는다.

지난 4월 제주 한라배대회에서 대회 신기록(2분14초91)으로 우승한 지 3개월 만에 엠비시배 2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수영 스타’ 탄생을 알린 함찬미는 이제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엠비시배는 국가대표팀 선발전을 겸하는 대회여서 함찬미가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출전한다면 이번이 첫 국제대회다. “외국 선수들과 한물에서 경쟁할 생각을 하니 꿈만 같아요. 그때까지 열심히 기록을 단축해야겠죠?”

원주/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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