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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신기성의 ‘고향의 봄’

등록 2010-10-27 09:52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2007년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대회에 ‘괴물 투수’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센다이 이쿠에고교 3학년 사토 요시노리. 그는 그 대회 때 시속 155㎞의 강속구를 던져 일본 야구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역대 고시엔대회 최고 구속이었다. 사토는 그해 프로야구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지명됐다. 그런데 지명 직후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고향은 정말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미야기현 센다이 출신인 사토는 고향팀인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도쿄가 연고지인 야구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사토를 떠올린 것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마침내 고향팀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프로농구 스타 신기성 때문이다. 인천 송도고 출신인 신기성은 1998년 프로 데뷔 때부터 고향팀(당시 인천 대우 제우스)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통해 아무 연고도 없는 원주 티지(TG)삼보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04~2005 시즌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뒤 부산 케이티(KT)로 이적했다.

신기성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구단으로부터 은퇴하라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 팀으로 재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억울했다. 팀의 정신적 리더로서, 그 전 시즌 꼴찌였던 팀을 2위로 이끈 공로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은퇴하라니…. 그는 “힘들 때 아내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나중 일이지만 신기성에게는 노쇠했다며 은퇴를 종용한 케이티 구단은 그와 1975년생 동갑내기 표명일을 영입해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래도 케이티 구단은 신기성을 영입하는 팀에 자유계약(FA) 보상선수를 요구하지 않는 등 그를 조건 없이 놓아줬다. 그를 품은 팀은 고향팀 전자랜드다. 그것도 2년 동안 지난 시즌 연봉 3억6000만원보다 8600만원이나 오른 4억4600만원(인센티브 4500만원 포함)에 그를 영입했다. 그는 “인천 팬들이 더 좋아하고 격려해주신다”고 했다. 신기성은 요즘 매 경기 거의 풀타임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출장시간이 길어진 만큼 득점도 많아졌다. 팀은 4승1패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기성은 최근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모기업이 통신업체인 케이티에서 쓰던 번호 대신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은 것이다. 새 기분으로 펄펄 나는 그는 요즘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은퇴하기 전에 고향팀에 우승컵을 바치는 꿈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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