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대한민국 땅에서 마침내 세계 최고의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이 열려 첫 우승자를 배출했습니다. 경기장 시설 늑장 준공, 대회 운영 미숙 등으로 숱한 질타를 받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F1까지 개최한 나라가 됐으니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만 대구에서 잘 치러내면 한국은 세계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 현장에 가봤더니, 형형색색의 멋진 외제 스포츠카를 탄 마니아들이 경주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차와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들에게 F1 한국 개최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국내 자동차경주 쪽 현실도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국내 최고 자동차경주대회인 ‘씨제이(CJ) 티빙닷컴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그러더군요. “F1 직접 가서 봤는데, 경기 자체는 재미있었다. 첫 대회라 기반시설이 부족했지만, 많은 사람들 관심을 유도한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자동차 경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 같은데, 안에서 이런 분위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그는 “공짜표가 많이 배포되기는 했지만 결선이 있던 22일 8만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습니다.
F1 개최도 좋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카트부터 육성해야 한다. 자동차경주장은 체육시설인데, 카트장은 놀이시설로 돼 있다. 체육시설로 빨리 풀어줘야 한다. 그런 것도 제대로 안 돼 있는데 F1이라니….” 한국자동차경주협회(회장 정영조)에 비판적인 한 인사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그러면서 그는 “국내 자동차경주 발전을 생각하기보다는, F1을 통해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있다, 누구를 위한 F1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16년까지 7년 동안 F1 개최를 위해 경주장 건설 등에 들어간 돈은 3400억원(순수 공사비 2900억원, 터 매입비 350억원, 설계비 등 15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경기장 보수 등을 위해 6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혈세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설 스탠드 공사가 대회 개최 직전까지 늦어진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값싼 중국산 자재를 들여와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실제 가설 스탠드는 준공 및 안전검사도 받지 않은 채 관람객들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F1 코리아 그랑프리. 관련 정부 부처나 한국자동차경주협회는 F1도 좋지만, 침체된 국내 자동차경주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뭔지도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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