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이 23일 광저우 벨로드롬 인라인롤러 경기장에서 열린 인라인롤러(스피드) 여자 300m 타임트라이얼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등에 걸치고 트랙을 돌고 있다. 광저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300m 타임트라이얼 1위
올해 첫 성인대표팀 선발
“내년 세계선수권 도전”
올해 첫 성인대표팀 선발
“내년 세계선수권 도전”
이슬이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펄럭이며 힘차게 경기장을 돌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경기를 마치고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엄마, 아빠가 안아줬을 때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시상대 맨 꼭대기에서 태극기를 바라보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경기장에 울려퍼진 애국가는 이슬이의 가슴도 따라 울렸다.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태극기는 양쪽에 오성홍기를 달고 하늘로 올라갔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올림픽 시상식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23일 광저우 벨로드롬 인라인롤러 경기장의 주인공은 한국에서 온 여고생 안이슬(18·청주여상)이었다. 그는 여자 300m 타임 트라이얼에서 26초870의 기록으로 중국의 짱잉루(26초893)와 리원원(27초362)을 제치고 이번 대회부터 처음 선보인 인라인롤러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간발의 차이라 쑥스러워요. 차이가 많이 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이슬은 500m 스프린트에서도 44초885를 기록해 44초850의 황위팅(대만)에 이어 은메달을 추가했다.
인라인롤러 300m 타임 트라이얼은 혼자 300m를 달려 기록을 측정하는 외로운 경주다. 주니어 국가대표로 3년 동안 활약하다가 올해부터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안이슬은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른 유망주. 청주 진흥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하다가 인라인롤러부 감독이던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력을 키우고 코너링 훈련을 많이 했다”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남자부에서는 장수철(22)과 엄한준(23·이상 경남도청)이 동메달을 1개씩 따냈다. 한국 인라인롤러대표팀은 이번 대회 스피드 종목에 걸린 6개의 금메달(피겨는 금메달 2개) 가운데 4개를 노리고 있다. 24일 열리는 남녀 1만m는 금메달 0순위다. 하지만 강대식 감독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아시아경기대회 무대에서 인라인롤러가 펼쳐지는 것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 강 감독은 “다음 대회부터 아시아경기대회 종목을 올림픽처럼 대폭 축소할 경우 인라인롤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된다”며 “아쉽고 안타깝지만 국민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저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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