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광저우는 지금 /
참 사람이 많기는 많다. 30층 고층 아파트들이 줄줄이 솟아 있는 ‘푸리타오위안’(富力桃園)에서 나오는 길. 오전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서울 면적의 12배 정도 된다는 광저우에만 1000여만명, 이곳을 가로질러 흐르는 주강 삼각주 인근 9개 도시에 광둥성 인구의 절반인 5000여만명이 모여 산다는데, 과연 이 통계가 맞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아파트 입구 주변은 ‘택시 잡기 전쟁터’다. 정류장을 마련해놓지 않아 무질서의 극치다. 갈 길 바쁜 사람들은 도로 곳곳에 포진한 뒤, 안면 몰수하고 택시가 서는 곳으로 앞다퉈 쫓아간다. 그러길 20여분, 결국 버스를 탄다. 버스도 길게 줄을 서야 하고, 지하철역까지 두 정거장 가는데 역시 사람들로 숨이 막힌다.
버스를 내리자, 인근 지역으로 2명을 태워 날라주는 오토바이들이 무질서하게 들이댄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광저우 당국이 대부분을 사들였다는 오토바이들이 다시 도로에 등장해 무법자처럼 활보하는 것이다. 역주행은 보통이고, 버스와 택시 사이를 요리조리 뚫고 잘도 달린다. 정말 아찔하다. 대회 전 잘 정돈되고 깔끔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그런 모습이 아니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는다. 서툰 발음으로 ‘톈허티위중신’(天河體育中心)을 외치자 총알택시처럼 달린다. 게다가 지그재그로 달리고, 다른 차들은 깜빡이도 안 켜고 마구 끼어들고 들이댄다. 섬뜩섬뜩 놀란다. 그것만이면 다행이다. 중앙분리대 쪽에는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다시 많다. 차가 다니는 대로를 짐을 싣고 역주행하는 사람과 자전거들. 자꾸 혼미해진다. 접촉사고로 부서진 차량도 보인다. 그렇게 곡예질주를 하기 20여분. 29위안(5000원)이 나온다. “잘 정돈돼 있다고요? 1년 전 이 사람들이 어땠는데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사람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마침내 경기장이다. 그리고 축구 경기가 있는 저녁. 경기장 들머리는 암표상들로 득실거린다. 취재용 에이디(AD)카드를 찼는데도 표를 사라고 보챈다. 암표상끼리 패싸움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옆에 경찰들이 있다. 광저우의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간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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