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꺾고 8년만에 ‘금’ 4년전 편파판정 한 풀어
최석재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이번 대회 내내 선수들에게 “우리가 도하에서 억울하게 희생됐지만 아름다운 핸드볼을 보여주자”고 했다. 그의 25년 지기 친구 조영신 대표팀 감독 역시 결승전을 앞두고 “점수 차이가 많이 나면 심판이 불리하게 판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멋지고 아름다운 핸드볼을 보여주자”고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핸드볼은 ‘장다리’ 윤경신(37)과 ‘거꾸리’ 이태영(33) 두 고참이 이끌었다. 1m74의 단신 레프트윙 이태영은 전반에만 무려 9골을 쏟아부었다. 2m3의 아시아 최장신 윤경신은 상대가 추격해 올 때마다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승리에 밑돌을 놓았다. 고2 때이던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6회 연속 출전한 윤경신은 자신의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태극마크는 내 가슴”이라는 감동적인 말을 남겼다. “4년 동안 도하의 아픔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던 이태영은 후배들의 땀에 젖은 등을 다독거렸다.
한국이 26일 광저우 화스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핸드볼 결승전에서 이란을 32-28로 꺾고 편파판정에 희생됐던 4년 전 도하의 한을 풀었다. 이로써 한국은 8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6번째 정상에 올랐다. 도하대회 때 벤치에서 쓴웃음을 짓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완전 퇴장을 당했던 백원철도 이번엔 활짝 웃었다. 또 주전 피벗 박중규 등 6명이 병역혜택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한국 남자핸드볼은 멋지고 아름다웠다. 조영신 감독이 결승전에 준비한 ‘작품’은 예술 그 자체였다. 피벗플레이어 박중규, 센터백 정의경, 레프트백 백원철, 레프트윙 이태영으로 중앙에서 사이드로 이어지는 현란한 패스에 연신 노마크 찬스가 났다. 관중들은 예술에 감탄했고, 이란 선수들은 넋을 놓았다. 조영신 감독은 “이태영을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게 멋지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기 막판 쿠웨이트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이란이 맹추격할 때도 한국 선수들은 깨끗한 매너로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경기 내내 “이란! 짜요!(파이팅)”를 외치며 이란을 응원하던 중국 관중들도 경기가 끝나자 한국의 ‘아름다운 핸드볼’에 결국 큰 박수를 보냈다.
광저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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