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트 먼저 따고도 ‘심판’에 무너져
분하고 억울했다. 김연경(22·JT마블러스)과 한송이(26·흥국생명)는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파묻었다. 다른 선수들도 여기저기서 흐느꼈다. 박삼용 감독이 선수들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남녀농구에 이어 여자배구도 중국의 텃세에 당했다. 대회 마지막 경기를 마라톤이 아니라 여자배구로 배치한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중국은 대회 첫 금메달을 우슈에 배정해 목적을 달성했듯이, 여자배구로 대미를 장식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27일 광저우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의 여자배구 결승전. 2만여 관중들은 손에 손에 오성홍기를 들고 파란색과 초록색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열광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다. 반면 한국 응원단은 취재기자 5명이 전부였다. 황연주(24·현대건설)는 “외딴섬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한국이 먼저 두 세트를 가볍게 따내자 관중들은 무서울 정도로 침묵했다.
그런데 3세트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3-4에서 중국의 스파이크가 라인 밖으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런데 심판은 빨간 깃발을 내려 득점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석연찮은 판정은 계속됐다. 10-25. 한국은 3세트를 거의 포기했다. 4세트도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다시 17-25로 내줬다. 15점 승부인 5세트에서 한국은 초반 6-2까지 앞서갔고, 마침내 14-12를 만들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중국에 연속 4점을 내줘 세트스코어 2-3(25:21/25:22/10:25/17:25/14:16)의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 선수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황연주는 “애매한 판정 때문에 선수들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접전을 펼칠 때마다 심판이 이상한 판정을 내려 치고 올라갈 기회를 놓쳤다”며 “배구 하면서 이렇게 억울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광저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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