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선수생활 끝? 편견을 버려라
{스포츠 포커스] ‘임신할 권리’ 잃은 여자선수들
‘임신하면 기량 떨어질라’
구단도 선수도 ‘고민고민’ 전주원·장소연 모범사례
“출산급여 등 정책 배려” 여자프로농구 이종애(35·삼성생명)는 결혼 9년차다. 그는 남편(36)과 금실 좋기로 유명하다. 키가 1m87인데도 몸무게가 60㎏ 안팎에 그쳤던 그는 이번 시즌 부쩍 살이 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단백질 보충제도 먹으면서 근육량이 늘어나 힘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무엇보다 남편이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해줘 몸무게가 10㎏이나 늘어났다. 남편이 살찐 나를 보고 뿌듯해한다”며 웃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그는 “남편이 외아들이라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뜻대로 안 됐다”고 했다. 여자선수에게 임신은 곧 은퇴를 뜻하는데, 억대 연봉의 스타급 선수라면 임신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종애는 아이를 갖기 위해 올 시즌까지만 뛰고 은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일이 꼬일 판이다. 현재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면서 ‘회춘’하고 있기 때문. 그는 “몸무게가 늘고 몸에 힘이 붙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번 시즌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다 보니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는 ‘왜 이종애를 뽑지 않느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구단에선 이런 이종애가 몇 년 더 뛰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다.
같은 팀 박정은(33·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탤런트인 남편 한상진(33)씨와 결혼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출산은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저출산이 사회문제이지만 이처럼 결혼한 여자선수들은 아이를 마음대로 낳지 못한다. 결혼 7년차인 여자핸드볼 우선희(32·삼척시청)는 “주부 선수들은 출산 후 기량이 처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다 소속팀의 배려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현역에서 뛰고 있는 엄마 선수는 더러 있다. 여자프로농구 전주원(38·신한은행), 허윤정(31·삼성생명), 여자프로배구 장소연(36·한국인삼공사), 정대영(29·GS칼텍스) 등이다. 또 최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임신 7개월의 몸으로 2관왕에 오른 김윤미(28·서산시청)처럼 사격에도 주부 선수가 많다.
‘주부 총잡이’로 유명한 부순희(43·창원시청)는 중학교 3학년짜리 아들을 뒀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사격은 다른 스포츠에 견줘 과격한 운동이 필요하지 않고 마인드컨트롤이 승부를 좌우하는 종목이라 임신과 출산이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이다.
사격을 뺀 나머지 선수들은 출산 뒤 어렵게 복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가졌던 전주원은 현역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남편 정영렬(39)씨는 “당시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허윤정과 장소연은 선수 생활을 청산하고 아이를 낳은 뒤 한참 뒤에야 복귀한 경우다. 여자핸드볼 전 국가대표 임오경(39·현 서울시청 감독)과 오성옥(38·오스트리아 히포방크)은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낳았다.
아이 낳으면 기량이 떨어진다는 속설은 이들 앞에선 틀린 말이다. 전주원은 “나이를 거꾸로 먹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직도 펄펄 날고 있고, 허윤정과 장소연도 소속팀에서도 놀랄 정도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불혹을 앞둔 오성옥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구단과 합의해 1년 동안 ‘휴직’해 아이를 낳고 돌아온 정대영의 경우는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2007년 7월 결혼한 그는 올해 초 출산한 뒤 몸을 추슬러 최근 태극마크를 달고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도 출전했다.
임오경 감독은 “나도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출산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우리도 외국처럼 출산하고 복귀하는 풍토를 만들려면 출산휴가 중에도 구단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구단도 선수도 ‘고민고민’ 전주원·장소연 모범사례
“출산급여 등 정책 배려” 여자프로농구 이종애(35·삼성생명)는 결혼 9년차다. 그는 남편(36)과 금실 좋기로 유명하다. 키가 1m87인데도 몸무게가 60㎏ 안팎에 그쳤던 그는 이번 시즌 부쩍 살이 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단백질 보충제도 먹으면서 근육량이 늘어나 힘이 좋아진 덕분”이라며 “무엇보다 남편이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해줘 몸무게가 10㎏이나 늘어났다. 남편이 살찐 나를 보고 뿌듯해한다”며 웃었다. 그런데 이 부부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 그는 “남편이 외아들이라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뜻대로 안 됐다”고 했다. 여자선수에게 임신은 곧 은퇴를 뜻하는데, 억대 연봉의 스타급 선수라면 임신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종애는 아이를 갖기 위해 올 시즌까지만 뛰고 은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일이 꼬일 판이다. 현재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면서 ‘회춘’하고 있기 때문. 그는 “몸무게가 늘고 몸에 힘이 붙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이번 시즌 워낙 좋은 활약을 펼치다 보니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는 ‘왜 이종애를 뽑지 않느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구단에선 이런 이종애가 몇 년 더 뛰어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다.
같은 팀 박정은(33·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탤런트인 남편 한상진(33)씨와 결혼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출산은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저출산이 사회문제이지만 이처럼 결혼한 여자선수들은 아이를 마음대로 낳지 못한다. 결혼 7년차인 여자핸드볼 우선희(32·삼척시청)는 “주부 선수들은 출산 후 기량이 처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다 소속팀의 배려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현역에서 뛰고 있는 엄마 선수는 더러 있다. 여자프로농구 전주원(38·신한은행), 허윤정(31·삼성생명), 여자프로배구 장소연(36·한국인삼공사), 정대영(29·GS칼텍스) 등이다. 또 최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임신 7개월의 몸으로 2관왕에 오른 김윤미(28·서산시청)처럼 사격에도 주부 선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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