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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김주성의 진가

등록 2010-12-15 09:08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10년 전 어버이날이었다. 중앙대와 연세대의 전국대학연맹전 1차 대회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중앙대 센터 김주성이 누군가를 찾았다. 관중석의 어머니였다. 척추 장애가 있는 어머니의 머리는 아들의 허리춤 높이였다. 아들은 키를 낮춰 어머니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그리고 등을 한껏 구부려 업히라고 했다. 어머니는 웃음을 한가득 머금은 채 연방 손사래를 쳤다.

김주성은 잘 알려진 대로 부모가 모두 장애인이다. 아버지는 어릴 때 다친 오른 다리가 불편하다. 그가 고3이던 1997년에는 외환위기로 신발공장에 다니던 부모가 모두 실직하면서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김주성은 “나중에 돈 벌면 부모님 집부터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2002년 1월 김주성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원주 삼보(현 동부)에 입단한 ‘귀하신 몸’이 됐다. 어느 날 술자리가 끝나자 구단 직원이 승용차로 집까지 데려다줬다. 다음날에는 당시 조용근 단장한테서 맞춤양복을 선물받았다. 그는 “기분이 묘했다. ‘프로선수는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주성은 현재 6억9000만원으로 프로농구 선수 최고연봉을 받고 있다. 부모님께는 경기도 분당에 집을 사드렸고, 자신도 지난해 결혼해 서울 삼성동에 살고 있다. 명예도 얻고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거들먹거릴 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미련할’ 정도로 그런 게 없다. 국가대표에 뽑혀도 군말 한번 없다. 오히려 “좋은 컨디션으로 국제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지난달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선 “그동안 나라에 진 빚을 갚는 심정으로 뛰었다”고 했다.

은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한 그는 다음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경기를 치렀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4경기를 뛰었다. 비로소 그의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새나왔다. 그는 “이제 2라운드인데 4라운드 정도 뛴 것 같다”고 했다. 김주성이 가세한 뒤 7승1패를 거둔 동부는 현재 공동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런 김주성은 늘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산다. 김춘수 전 한양대 감독은 대학시절 김주성에 대해 “키가 큰데도 유연성과 스피드가 뛰어나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결코 자만하지 않는 성실성”이라고 했다. 강을준 창원 엘지 감독도 12일 김주성 얘기가 나오자 “실력과 성실성에 인간성까지 겸비한 나무랄 데 없는 선수”라고 했다. 사계절 변하지 않는 늘 푸른 상록수 같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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