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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둘이 공 갖고 놀았죠’

등록 2010-12-16 09:06

이지현(18·부천 신세계·사진 왼쪽)과 이현호(18·두산 베어스·오른쪽) 쌍둥이 남매
이지현(18·부천 신세계·사진 왼쪽)과 이현호(18·두산 베어스·오른쪽) 쌍둥이 남매
‘1분 차’ 누나·동생…똑같이 전체 11순위 지명
지현 “박정은 좋아해” 현호 “선동열 닮고싶어”
쌍둥이 남매, 농구·야구 프로데뷔

1992년 7월14일,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1분 차이로 딸과 아들이 차례로 울음을 터뜨렸다. 딸은 농구선수로, 아들은 야구선수로 자랐다. 고교 졸업을 앞둔 쌍둥이는 올해 프로 구단 신인 드래프트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각각 전체 1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주변에선 “쌍둥이 아니랄까봐…”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지현(18·부천 신세계·사진 왼쪽)과 이현호(18·두산 베어스·오른쪽) 쌍둥이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 3식구 그리고 5식구 태몽은 이모가 꿨다. 어머니 이춘화(47)씨는 “큰 과일을 두 개 땄는데 하나는 입에 물고, 하나는 품에 안은 꿈”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입에 문 게 지현이고, 품에 안은 게 현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쌍둥이 위로 세 살 터울 장남이 있다.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세 식구는 다섯으로 늘었다. 스포츠를 좋아했던 아버지 이재원(47)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인천 도원야구장과 도원체육관을 자주 다녔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공놀이도 자주 했다.

쌍둥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나란히 농구공과 야구공을 처음 만졌다. 먼저 야구를 시작한 장남(이민호)의 영향도 있었다. 어렸을 때는 “참 많이도 싸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어머니는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안 싸우더라”라고 했다.

현호는 지현이한테 꼬박꼬박 “누나”라고 부른다. 말문이 트일 때부터 그렇게 불렀다. 지현이 친구들은 현호한테 반말을 한다. 친구 동생이니까. 그런데 현호 친구는 지현이를 어려워한다. 이지현은 “동갑인데도 친구 누나라서 그런지 존댓말을 쓰더라”라며 깔깔 웃었다.

■ 9번, 그리고 10번과 14번 쌍둥이는 초등학교 때 신기하게도 똑같이 등번호 9번을 달았다. 중학교에 진학한 장남까지 3남매가 모두 9번이었다. 이지현은 신세계에서 등번호 10번을, 이현호는 두산에서 등번호 14번을 받았다. 신인치곤 둘 다 괜찮은 번호다. 이지현은 “10번이 슈터의 상징이라 맘에 든다”고 했고, 이현호는 “생일이 14일인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며 웃음지었다.

쌍둥이는 고교 최고의 선수였다. 둘 다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돼 세계대회에도 다녀왔다. 이지현은 단짝이자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승아(18·춘천 우리은행)와 함께 인성여고를 여고 최강으로 이끌었다. 이현호도 제물포고 에이스로 고교 3년 동안 모교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올해 청룡기 준결승과 결승전에선 이틀 연속 완투하며 18이닝 동안 250개의 공을 던졌다. 대구 상원고와의 4강전에선 완봉승을 거뒀지만 결승에서 경남고에 0-3으로 져 아쉬움을 삼켰다.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은 이현호를 보러 한국에 오기도 했다. 계약하자는 구단도 있었지만 이현호는 훗날을 기약하며 손사래를 쳤다.


이지현 ̄이현호 프로필
이지현 ̄이현호 프로필
■ 11순위 그러나 1순위 10일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이현호가 다음날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위해 이지현이 훈련중인 신세계체육관을 찾았다. 둘은 “만난 지 한 달도 넘었다”며 반가워했다. 둘 다 소속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현호는 왼손잡이로 시속 145㎞의 빠른 공과 포크볼, 스플리터 등을 구사한다. 고졸 신인 중엔 유일하게 1군 마무리 훈련에도 참가했다. 이지현은 요즘 리그가 한창인 여자프로농구 경기에 간간이 나선다. 올 시즌 신인 가운데 가장 먼저 득점도 올렸다. 그는 “기분이 ‘대빵’ 좋았다”고 했다. 둘 다 11순위로 뽑혔지만 벌써부터 1순위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버지는 “현호는 창의적이고, 지현이는 응용력이 뛰어난 노력파”라고 했다. 둘 다 마음속의 ‘롤 모델’이 있다. 이현호는 “현역 시절 시원시원하게 강속구를 던지던 랜디 존슨과 선동열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고, 이지현은 “국가대표 박정은과 김정은, 두 ‘정은’ 언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쌍둥이의 목표는 똑같다. 신인상을 받고 머지않아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하지만 쌍둥이는 이미 부모님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봄부터 가을까진 야구장에,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진 농구장에 다니는.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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