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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캥거루 무릎을 가진 ‘거미 여인’

등록 2010-12-22 09:00

이종애 선수
이종애 선수
블록슛의 달인 이종애
20시즌간 블록상 10차례…11개 더하면 1천개 달성
팔다리 길고 점프 높아… “나에게 찍힌 선수에 감사”

타조처럼 빠른 발로 상대를 따라붙는다. 상대가 슛을 시도하려고 점프하자 그도 거의 동시에 캥거루처럼 팔짝 뛰어오른다. 공은 상대의 손을 떠나기가 무섭게 그의 ‘거미손’에 걸리고 만다. 여자프로농구 이종애(35·용인 삼성생명)는 ‘블록슛의 달인’이다. 1998년 여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20시즌(2007년까지는 여름·겨울리그) 동안 블록상을 무려 10차례나 받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블록슛의 여왕’이다.

■ “블록상은 내 거!” 이종애는 여자프로농구 20시즌 동안 블록슛 부문에서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1위 10번, 2위 8번, 3위 2번을 차지했다. 그동안 이종애를 앞선 선수는 외국인 선수들이다. 2006년 겨울리그 때 타미카 캐칭(미국), 같은해 여름리그 때 마리아 스테파노바(러시아), 2007년 겨울리그 때 로렌 잭슨(호주) 등 세계 3대 여자농구 강국의 에이스들이 이종애를 앞섰다.

특히 캐칭한테는 경기당 평균 0.04개 뒤져 블록상 타이틀을 아깝게 놓쳤다. 이종애는 “스테파노바는 워낙 키(2m3)가 크고 팔이 길어 블록슛을 잘했고, 캐칭은 점프력과 타이밍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2005년 겨울리그와 여름리그에서는 엘레나 비어드, 트라베사 겐트 등 한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마저 따돌리고 블록슛 여왕 자리를 차지했다.

35살의 노장이지만 기록도 꾸준하다. 1999년 겨울리그부터 5회 연속 수상했고, 최근에도 세 시즌 연속 상을 받았다. 블록상을 받을 때마다 그는 “나한테 (공을) 찍혀준 다른 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는 우스갯말이 수상 소감의 단골 메뉴가 됐다.

■ 신체 비밀과 비결 이종애는 블록슛을 잘하기 위한 신체조건을 타고났다. 우선 키가 크고, 팔다리가 유난히 길다. 키(1m86)보다 양팔의 길이(1m88)가 더 길고, 다리 길이는 무려 1m22에 이른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높이뛰기 선수를 해 러닝 점프가 좋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팔다리가 길어서 주로 남자 옷을 입었다”며 “지금도 긴 소매 옷이 많지 않고, 바지는 외국에 훈련 갔을 때 주로 사온다. 요즘엔 킴벌리 로벌슨이 사다 준다”며 웃었다.

신체조건만 좋다고 블록슛을 잘할 수는 없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블록슛을 많이 했지만 그때는 기술이 부족해 파울도 많이 지적받았다”고 했다. 이종애가 밝힌 블록슛의 비결은 감각과 타이밍, 의지다. 그는 “삼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특히 늦어도 안 되고 빨라도 안 되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종애 프로필
이종애 프로필

■ 블록슛 신화에 도전 이종애는 통산 블록슛 1000개에 불과 1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자프로농구가 출범한 1998년 여름리그부터 12년 동안 정규리그 390경기에서 830개의 블록슛을 해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통산 80경기에서 159개를 기록했다. 통산 470경기에서 989개의 블록슛으로 경기당 평균 2.1개를 선보인 것.

이런 추세라면 내년 1월10일 라이벌 안산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대망의 1000블록슛 달성이 기대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이종애는 “내 농구인생 최고의 목표가 블록슛 1000개였다”며 “은퇴 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종애의 블록슛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산 블록슛 2위인 홍현희(28·구리 금호생명·391개)와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종애는 “블록슛을 성공하는 순간 짜릿한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밝게 웃었다.

용인/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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