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농구 및 프로농구 역대 라이벌팀
70~80년대 현대-삼성…‘선수 납치’ 해프닝까지
통신라이벌 SK-KT 등 ‘승부 이상의 승부’ 펼쳐 미국 프로농구(NBA) 64년 역사에서 엘에이(LA) 레이커스는 16번, 보스턴 셀틱스는 17번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64번의 챔피언 가운데 두 팀이 절반이 넘는 33번이나 정상에 오른 것이다. 두 팀의 챔피언전 맞대결은 12번이나 펼쳐졌다. 올해도 챔프전에서 만난 두 팀의 승부는 7차전에 가서야 갈렸다. 덕분에 열기는 엄청났고, 흥행은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 성인농구도 시대마다 흥미로운 맞수 대결이 펼쳐져 농구팬들을 흥분과 열광으로 몰아넣었다. ■ 역대 최고의 맞수 같은 해(1978년) 창단한 남자 실업팀 현대와 삼성이 역대 최고의 맞수로 꼽힌다. 스카우트전도 치열했다. ㅇ 선수 경비행기 납치사건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현대가 이 선수를 서울에서 경비행기에 태워 울산 공장으로 데려갔지만 이 선수는 가족들의 설득으로 몰래 택시를 타고 대구 삼성 공장으로 탈출해 결국 삼성에 입단했다. ㅎ 선수도 대학 4학년 때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체육관 보일러실을 통해 빠져나와 현대 품에 안겼다. 당시 삼성 선수였던 이성훈 삼성 사무국장은 “자유계약 시절이라 신병 확보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었다”며 웃었다. 1980년대 후반 현대에서 뛰었던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우리는 기아보다 삼성을 더 신경썼고, 삼성한테 이기면 특별보너스까지 나왔다”고 했다. 1960~1970년대에는 연세대 출신은 한국은행에, 고려대 출신은 산업은행에 입단하며 뜨거운 맞수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공식을 깨고 1984년 고려대 출신 ㅇ 선수가 처음으로 한국은행에 입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기업은행이 뛰어들면서 금융권 3파전이 치열했다. 당시 기업은행에서 뛰었던 김동광 케이비엘(KBL) 경기위원장은 “세 팀이 물고 물리는 혼전 때문에 더 뜨거웠다”고 했다. ■ 왜 맞수가 되나? 동종 업계인 경우가 가장 많다. 1970년대 여자농구 태평양화학과 한국화장품의 맞수 구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화장품업계를 양분했던 두 팀은 박찬숙-김영희의 센터 대결이 장안의 화제였다. 당시 여자대표팀 주장이었던 강현숙 대한농구협회 기술이사는 “1960년대 조흥은행과 제일은행, 1970년대 선경과 코오롱이 동종 업계 맞수였다”고 회고했다. 요즘 프로농구에서도 에스케이(SK)와 케이티(KT)의 통신 라이벌전, 삼성과 엘지(LG)의 전자업계 맞수 대결이 있다. 통신업체 맞수 대결에서는 언론이 외곽슛이 잘 들어간 팀을 휴대전화에 빗대 “○○팀이 잘 터졌다”고 보도하면 두 구단에선 “민감하다”며 “제발 그렇게 쓰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결승전에서 자주 부딪치다가 맞수가 된 경우도 많다. 1980년대 후반 농구대잔치 시절 여자농구 동방생명(현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이 그런 경우다. 동방생명은 김화순·최경희·성정아 선수, 국민은행에는 조문주·한현·박현숙 선수를 중심으로 치열한 맞수 대결을 펼쳤다. 프로농구에선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챔프전에서 만난 케이씨씨(KCC)와 티지(TG)삼보, 최근 4년 연속 챔프전을 펼친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프로농구 삼성과 에스케이는 연고지가 같아 ‘서울 라이벌’로 불린다. ■ 날카로운 신경전 맞수 대결을 앞둔 선수들은 언제나 초긴장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우승은 못해도 ○○팀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선수들은 “라이벌전을 앞두면 지나치게 긴장해 잠을 설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승 에스케이 코치는 “삼성과의 서울 라이벌전, 케이티와의 통신 라이벌전을 앞두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더 신경쓰게 된다”고 했다.
맞수 대결이 감정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다. 과거 남자농구에선 주먹다짐을 벌인 일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대결에선 한때 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절친했던 두 감독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1980년대 삼성 감독으로, 방열 당시 현대 감독과 치열한 맞수 대결을 펼쳤던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보니 훈련도 더 열심히 하고 경기에도 더욱 몰입한다”며 “맞수가 있어야 농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통신라이벌 SK-KT 등 ‘승부 이상의 승부’ 펼쳐 미국 프로농구(NBA) 64년 역사에서 엘에이(LA) 레이커스는 16번, 보스턴 셀틱스는 17번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64번의 챔피언 가운데 두 팀이 절반이 넘는 33번이나 정상에 오른 것이다. 두 팀의 챔피언전 맞대결은 12번이나 펼쳐졌다. 올해도 챔프전에서 만난 두 팀의 승부는 7차전에 가서야 갈렸다. 덕분에 열기는 엄청났고, 흥행은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 성인농구도 시대마다 흥미로운 맞수 대결이 펼쳐져 농구팬들을 흥분과 열광으로 몰아넣었다. ■ 역대 최고의 맞수 같은 해(1978년) 창단한 남자 실업팀 현대와 삼성이 역대 최고의 맞수로 꼽힌다. 스카우트전도 치열했다. ㅇ 선수 경비행기 납치사건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현대가 이 선수를 서울에서 경비행기에 태워 울산 공장으로 데려갔지만 이 선수는 가족들의 설득으로 몰래 택시를 타고 대구 삼성 공장으로 탈출해 결국 삼성에 입단했다. ㅎ 선수도 대학 4학년 때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체육관 보일러실을 통해 빠져나와 현대 품에 안겼다. 당시 삼성 선수였던 이성훈 삼성 사무국장은 “자유계약 시절이라 신병 확보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었다”며 웃었다. 1980년대 후반 현대에서 뛰었던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우리는 기아보다 삼성을 더 신경썼고, 삼성한테 이기면 특별보너스까지 나왔다”고 했다. 1960~1970년대에는 연세대 출신은 한국은행에, 고려대 출신은 산업은행에 입단하며 뜨거운 맞수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공식을 깨고 1984년 고려대 출신 ㅇ 선수가 처음으로 한국은행에 입단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기업은행이 뛰어들면서 금융권 3파전이 치열했다. 당시 기업은행에서 뛰었던 김동광 케이비엘(KBL) 경기위원장은 “세 팀이 물고 물리는 혼전 때문에 더 뜨거웠다”고 했다. ■ 왜 맞수가 되나? 동종 업계인 경우가 가장 많다. 1970년대 여자농구 태평양화학과 한국화장품의 맞수 구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화장품업계를 양분했던 두 팀은 박찬숙-김영희의 센터 대결이 장안의 화제였다. 당시 여자대표팀 주장이었던 강현숙 대한농구협회 기술이사는 “1960년대 조흥은행과 제일은행, 1970년대 선경과 코오롱이 동종 업계 맞수였다”고 회고했다. 요즘 프로농구에서도 에스케이(SK)와 케이티(KT)의 통신 라이벌전, 삼성과 엘지(LG)의 전자업계 맞수 대결이 있다. 통신업체 맞수 대결에서는 언론이 외곽슛이 잘 들어간 팀을 휴대전화에 빗대 “○○팀이 잘 터졌다”고 보도하면 두 구단에선 “민감하다”며 “제발 그렇게 쓰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결승전에서 자주 부딪치다가 맞수가 된 경우도 많다. 1980년대 후반 농구대잔치 시절 여자농구 동방생명(현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이 그런 경우다. 동방생명은 김화순·최경희·성정아 선수, 국민은행에는 조문주·한현·박현숙 선수를 중심으로 치열한 맞수 대결을 펼쳤다. 프로농구에선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챔프전에서 만난 케이씨씨(KCC)와 티지(TG)삼보, 최근 4년 연속 챔프전을 펼친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프로농구 삼성과 에스케이는 연고지가 같아 ‘서울 라이벌’로 불린다. ■ 날카로운 신경전 맞수 대결을 앞둔 선수들은 언제나 초긴장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우승은 못해도 ○○팀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선수들은 “라이벌전을 앞두면 지나치게 긴장해 잠을 설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승 에스케이 코치는 “삼성과의 서울 라이벌전, 케이티와의 통신 라이벌전을 앞두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더 신경쓰게 된다”고 했다.
맞수 대결이 감정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다. 과거 남자농구에선 주먹다짐을 벌인 일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대결에선 한때 대표팀 감독과 코치로 절친했던 두 감독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1980년대 삼성 감독으로, 방열 당시 현대 감독과 치열한 맞수 대결을 펼쳤던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보니 훈련도 더 열심히 하고 경기에도 더욱 몰입한다”며 “맞수가 있어야 농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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