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허버트 힐 맹활약
공동 1위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의 진검승부. 86학번 동기생으로 현역시절 기아와 현대에서 가드 대결을 펼쳤던 두 감독은 경기 전 덕담을 주고받았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유 감독은 현역 때도 다부졌고, 지도자로서도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고 칭찬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강 감독이야말로 약한 전력에도 5명의 조합을 잘 만들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빅매치답게 26일 인천 삼산체육관은 이번 시즌 프로농구 최다관중인 8040명이 몰렸다. 그러나 강 감독은 경기 전 “빅매치가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주포 김주성이 발목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 서장훈-김주성의 맞대결이 무산됐기 때문. 김주성을 활용한 동부 특유의 ‘드롭 존 디펜스’를 쓸 수 없기 때문인지 강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반면 유 감독은 서장훈을 길게 기용하며 동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꽁꽁 얼어붙은 바깥 날씨만큼이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살얼음 승부가 이어졌다. 동부 ‘짠물 수비’의 위력은 여전했다. 김성현과 김봉수 등 무명선수들이 김주성의 공백을 잘 메웠다. 전자랜드는 59-58로 앞서던 종료 2분여 전부터 이현호와 문태종의 연속 득점으로 63-58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65-61로 끝내 웃었다. 전자랜드는 17승6패로 단독선두가 됐고, 동부는 16승7패, 2위로 내려앉았다.
전자랜드는 허버트 힐(18점 9튄공잡기)과 서장훈(16점 9튄공잡기)의 골밑 장악이 큰 힘이 됐다. 단독선두에 오른 유도훈 감독은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나 자존심으로 회복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전날 통산 1만2000득점과 4800튄공잡기의 대기록을 달성한 서장훈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기록이고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안양에선 부산 케이티(KT)가 안방팀 인삼공사를 90-76으로 꺾고 16승7패로 동부와 공동 2위가 됐다. 전창진 감독은 신선우(서울 SK), 유재학(울산 모비스) 감독에 이어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창원에선 문태영이 33점으로 폭발한 안방팀 엘지가 서울 에스케이를 81-71로 물리쳤다.
인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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