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 득점·4800 튄공’ 기록 서장훈
‘팀보다 개인’ 비판에 “숙명…논란 원치않아”
대기록 세우고도 담담 “선수, 존재이유는 팬”
‘팀보다 개인’ 비판에 “숙명…논란 원치않아”
대기록 세우고도 담담 “선수, 존재이유는 팬”
참 공교롭다. 서장훈(36·인천 전자랜드·사진)은 통산 1만2000득점, 4800튄공잡기의 대기록을 한날 작성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였다. 하지만 그는 들뜨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장인 정신으로 한 올 한 올 수제품을 완성하듯 13년 동안 차곡차곡 쌓은 기록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 대기록 소회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서장훈은 정규리그 582경기에서 경기당 20.3점과 8.3튄공잡기를 기록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한 시즌 평균 20득점-10튄공잡기를 기록한 선수도 서장훈이 유일하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달성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소중한 기록이고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기록을 달성하던 25일 인터뷰에서 “기록을 폄하하는 일부 농구인들이 있다”고 말했던 그는, 그래서 그런지 “대놓고 기뻐하기도 좀 그렇다”고 했다. 당시 림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쳐 넣었는데, 자기 손에 맞고 들어갔다고 심판에게 신호를 보낸 것을 일부 언론에서 “30점 지고 있는데도 2점 넣고 기뻐했다”며 ‘자신의 기록에만 욕심을 낸다’는 평이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한 얘기다. 그는 “폄하 얘기는 더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내게 주어진 숙명이니 이젠 담담히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서장훈의 통산 1만2000득점, 4800튄공잡기는 어쩌면 다음 세대에나 깨질 수도 있다. 서장훈의 기록을 넘볼 만한 김주성(31·원주 동부)도 6624점, 2741튄공잡기로 서장훈의 기록과는 한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 우승 철학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서장훈에 대해 “이따금 회의 때 좋은 아이디어를 내 깜짝 놀라곤 한다”고 칭찬했다. 서장훈은 “그냥 선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단독선두를 질주중인 팀과 후배에 대해 “지금 1위라고 박수치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라고 질책했다. 그는 “지난 시즌 전력이 50점이라면 지금은 75점이다. 고비를 넘기는 힘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 팀은 기대치와 이름값만 보면 90점 이상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깊이 반성하고 정신을 재무장하겠다”고 했다.
서장훈의 우승 철학은 특별하다. 어릴 적부터 우승은 숱하게 해왔지만 우승하기 위해 농구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했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모두 챔피언결정전 7차전이라고 마음먹고 시합해야 한다”며 “그것이 최고의 팬 서비스이고, 선수들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했다.
■ 결혼 생활 “이건 뭐 결혼을 한 건지, 안 한 건지….” 농구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서장훈은 화제가 결혼 생활로 옮겨지자 톤이 낮아졌다. 지난해 5월 아나운서 오정연(27)씨와 결혼한 그는 “숙소 생활과 지방 경기 때문에 집에는 2주에 한 번 정도 간다”고 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지만 “결혼이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2세 계획에 대해선 “나도 시즌 중이고, 아내도 방송 일로 바빠 당분간 계획이 없다. 지금은 각자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 은퇴 시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이 한꺼번에 은퇴했다. 서장훈에겐 연세대 선배들이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함께했던 형들이 떠나는 걸 보니 마치 내가 그만두는 느낌이었다”며 “늘 보고 배웠던 형들인데 갑자기 형들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서글펐다”고 했다. 서장훈도 어느덧 국내 무대에서 이창수(41·창원 LG), 김병철(37·대구 오리온스)에 이어 세번째 고참이 됐다.
하지만 서장훈이 은퇴하는 모습은 한참 지나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올 시즌에도 평균 28분 동안 뛰며 16.7점, 5.4튄공잡기를 기록중이다. 그를 활용한 전술은 여전히 팀의 주요 공격루트다. 전자랜드 홈구장인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레전드’라는 글귀가 들어간 서장훈 팬들의 팻말이 자주 보인다. 서장훈은 오늘도 한국 농구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인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쥐식빵 제보자 “약간 타격만 주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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