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 선수가 울산시청과의 연습경기에서 멋진 ‘롤링킥’(공중제비 돌며 스파이크하기)을 선보이고 있다. 김진수기자 jsk@hani.co.kr
섈 위 스포츠? 세팍타크로
이곳저곳 수소문해봤지만, 세팍타크로를 즐기는 동호인 모임을 찾기 어려웠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에 문의해봐도 “아직 생활체육으로는 거의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답만 돌아왔다. 중·고·대학부, 실업까지 모두 48개 엘리트팀이 있어 전국체전을 포함해 1년에 6개 전국대회를 여는 종목이지만, 아마추어들이 몸으로 즐기기에는 아직은 생소하고 어려운 스포츠인 모양이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공을 다루기 쉬운 한국형 족구가 워낙 동호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세팍타크로가 생활체육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인 듯했다. 게다가 족구와 달리, 2인제든 3인제든 제대로 된 실전을 치르려면 여러 해 동안의 훈련이 필요한 종목이니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때마침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6학년 체육 관련 동영상 교재로 쓰기 위해 ‘천재교육’ 쪽에서 엘리트선수 경기 장면을 촬영한다는 말을 듣고 1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청 체육관을 찾았다.
동남아시아 인기 종목 국내선 아직 관심 낮아
4명 있으면 경기 가능…현란한 발기술 ‘눈길’ ■ 가위차기·롤링킥…현란한 발기술 이날 가장 보편적인 3인제 경기인 ‘레구’(Regulation의 줄인 말) 시범경기가 열렸다. 피더(세터)가 네트 오른쪽 부근에서 손으로 공을 높게 올려주자, 중앙에 있던 테콩(서버)이 머리끝까지 치켜올린 발로 서브를 넣으면서 경기가 시작된 점이 이채로웠다. 2인제는 피더가 없어 테콩이 직접 공을 띄워 서브를 넣는다. “처음 보는 분들은 신기에 가까운 선수들 발기술에 매료됩니다.” 이기훈 고양시청 감독은 세팍타크로의 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고양시청과 울산시청의 연습경기에서는 점프 높이가 3m나 되는 ‘롤링킥’(공중제비 돌며 스파이크하기)과 시저스킥(가위차기) 등 현란한 발차기 기술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 현란한 킥으로, 1m55 높이의 코트를 넘어 블로킹까지 피해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꽂을 때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반인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는 듯했다. 몸의 유연성과 순발력, 점프력은 기본. 발로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때론 강하게 작은 공을 다뤄야 하는 경기 특성상, 랠리가 이어지지 못하는 단조로움이 있었다. 대부분 한 번 공격에 승부가 났다.
■ 발로 하는 배구 족구와 달리 한 손으로 움켜쥘 만큼 작은 공을 사용하는 탓에 공컨트롤이 쉽지 않았다.
리시브를 해보자 럭비공처럼 사방으로 튀기 일쑤였다. 게다가 플라스틱 재질에 고무 코팅을 한 공은 딱딱해, 발이나 머리로 받으니 통증이 느껴졌다. 딱딱한 공으로 인한 부상 방지를 위해 다리의 복사뼈에 보호대를 차고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대 세 번의 터치로 상대 코트에 공을 넘겨야 하는 규칙 등은 족구와 유사하지만, 바닥에 공이 닿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달랐다. ‘발로 하는 배구’라 보면 된다. 그러나 리시브 때 한 선수가 혼자 연속으로 최대 세 번까지 공을 터치할 수 있다는 점이 배구와 달랐다.
■ 좁은 실내서 4명만 모여도 가능 일반인들은 두세 달 이상 아주 열심히 볼컨트롤을 연마하고 패스 기술을 익혀야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세팍타크로인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발 안쪽이나 발등, 무릎, 머리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아마추어들이 공중제비돌기 스파이크나 가위차기를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에 공을 매달아 놓고 점차 높이를 올려가며 차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최소 4명만 모이면 2인제로 연습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운동을 하는 데 큰 비용도 안 든다. 공 한 개 값도 1만7000원가량이다. 요즘엔 생활체육용으로 딱딱하지 않은 고무공이 보급돼, 이를 쓰면 아픔을 감수하지 않고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일정 공간과 네트만 확보되면 쉽게 실내외에서 경기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여름철 뜨거운 모래 위에서 하는 ‘비치 세팍타크로’가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15세기 동남아시아 궁정에서 시작된 세팍타크로는 1990년부터 아시아경기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돼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4명 있으면 경기 가능…현란한 발기술 ‘눈길’ ■ 가위차기·롤링킥…현란한 발기술 이날 가장 보편적인 3인제 경기인 ‘레구’(Regulation의 줄인 말) 시범경기가 열렸다. 피더(세터)가 네트 오른쪽 부근에서 손으로 공을 높게 올려주자, 중앙에 있던 테콩(서버)이 머리끝까지 치켜올린 발로 서브를 넣으면서 경기가 시작된 점이 이채로웠다. 2인제는 피더가 없어 테콩이 직접 공을 띄워 서브를 넣는다. “처음 보는 분들은 신기에 가까운 선수들 발기술에 매료됩니다.” 이기훈 고양시청 감독은 세팍타크로의 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고양시청과 울산시청의 연습경기에서는 점프 높이가 3m나 되는 ‘롤링킥’(공중제비 돌며 스파이크하기)과 시저스킥(가위차기) 등 현란한 발차기 기술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런 현란한 킥으로, 1m55 높이의 코트를 넘어 블로킹까지 피해 상대 코트에 공을 내리꽂을 때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세팍타크로 3인제 경기방식
족구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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