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오금당기기의 달인 이주용(왼쪽)이 20일 경기 수원시 영화동 경기도 씨름협회 연습장에서 후배 박한샘을 상대로 오금당기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수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중학교 때 키 안자라
허리밑 공략기술 익혀
틈만 나면 상체 운동
“노출된 기술…연마뿐”
허리밑 공략기술 익혀
틈만 나면 상체 운동
“노출된 기술…연마뿐”
오금당기기의 달인 이주용
“저 달인 아닌데요.”
기사마다 ‘오금당기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주용(28)은 뜻밖에도 손사래를 쳤다. 그는 “오금당기기를 완성해가는 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지나친 겸손이다. 그는 오금당기기 기술로 최근 4년 동안 금강급(90㎏ 이하) 정상에 9차례나 올랐고, 2009년에는 국내 최고의 씨름선수로 뽑혔다. “열 판이면 여덟아홉 판은 오금당기기로” 상대를 넘긴다. 씨름계에선 워낙 잘 알려진 기술이지만, 상대는 알면서도 당한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 왼손의 비밀 이주용은 첫판을 내주고 흔들렸다. 자신의 필살기 오금당기기를 시도하다가 안다리 되치기를 당한 것.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둘째 판과 셋째 판에서 다른 기술을 거는 것처럼 상대를 유인한 뒤 오금당기기를 잇따라 시도해 2-1 역전에 성공했다. 넷째 판에선 오금당기기를 피하려고 도망가는 상대를 앞무릎치기로 가볍게 넘어뜨렸다. 지난해 6월 최둘이(마산씨름단)를 3-1로 꺾고 기어이 꽃가마를 탄 문경단오장사대회 금강급(90㎏ 이하) 결승전(5전3선승제)은 달인의 진가를 확인시켜 줬다.
오금당기기는 상대 허리 왼쪽 샅바를 오른손으로 잡아당겨 중심을 흔든 뒤 잽싸게 양손으로 상대 오른다리를 잡아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비밀은 이주용의 왼손에 숨어 있다. 그는 원래 왼손잡이다. 이주용은 “왼손으로 상대의 오른다리 샅바를 움켜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오른손으로 마무리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키의 비밀 이주용은 “어릴 적 몸이 약해 튼튼해지려고 씨름을 시작했다”고 한다. 씨름부에선 그가 좋아하는 빵과 딸기우유도 주고, 수요일마다 삼겹살도 사줬다. “어렸을 땐 먹을 것에 약하잖아요. 그래서 씨름부가 좋았죠.”
씨름은 상대를 들어서 넘기는 들씨름과 밑을 파고드는 밑씨름으로 나뉘는데, 초등학교 때 덩치가 컸던 이주용은 들배지기가 특기인 들씨름을 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65㎝에서 멎어버렸다. 상대 허리 밑을 공략하는 오금당기기는 키 작은 선수에게
유리했고, 당시 이재락 감독한테서 이 기술을 처음 배웠다. 그 뒤 수원농생고에 진학해 오금당기기에 눈을 떴다. 그는 “고교 선배이자 당시 해태유업 선수였던 김종근 감독(현 수원농생고)이 결정적인 기술을 전수해 줬다”고 소개했다.
대학 3학년 때는 오금당기기로 천하를 통일했다. 씨름은 천하장사대회를 기준으로 백두(105㎏ 이상), 한라(105㎏ 이하), 금강(90㎏ 이하), 태백(80㎏ 이하)급으로 나뉘는데, 그는 금강급이면서도 모든 체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통일장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 신앙의 비밀 멈췄던 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16㎝가 더 자랐다. 하지만 씨름 성적은 바닥이었다. 그는 “몸무게를 너무 빼서 힘이 달렸다”며 “너무 힘들어 씨름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신앙이었다. 어릴 적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큰 효과를 봤다. 그는 “씨름판의 열띤 분위기와 환호하는 관객들 속에서 상대 선수의 숨소리까지 느끼며 상대를 오금당기기로 넘기는 상상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오금당기기는 상체 힘이 상대보다 훨씬 강해야 한다. 그래서 이주용은 틈만 나면 로프에 매달리고, 수시로 팔굽혀펴기를 한다. 튜브당기기도 기본이다. 고형근 수원시청 감독은 이주용에 대해 “승부욕이 강하고 너무 성실한 게 탈일 정도”라며 “오금당기기 기술을 완성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주용은 다음달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설날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한다. 그는 “어차피 기술은 다 노출됐다. 내 패를 다 보이고도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을 연마하고 또 연마할 뿐이다”라고 했다. 달인의 끝없는 도전정신이다. 수원/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이주용
오금당기기 기술
유리했고, 당시 이재락 감독한테서 이 기술을 처음 배웠다. 그 뒤 수원농생고에 진학해 오금당기기에 눈을 떴다. 그는 “고교 선배이자 당시 해태유업 선수였던 김종근 감독(현 수원농생고)이 결정적인 기술을 전수해 줬다”고 소개했다.
대학 3학년 때는 오금당기기로 천하를 통일했다. 씨름은 천하장사대회를 기준으로 백두(105㎏ 이상), 한라(105㎏ 이하), 금강(90㎏ 이하), 태백(80㎏ 이하)급으로 나뉘는데, 그는 금강급이면서도 모든 체급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통일장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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