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남부선발 변연하(31·천안 국민은행)는 펄펄 날았다. 26분29초 동안 뛰면서 21점 7튄공잡기 5도움주기 2가로채기로 다재다능한 농구 솜씨를 뽐냈다. 팀도 125-117로 이겼다. 변연하는 경기 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부선발 최윤아(26·안산 신한은행)가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첫 트리플더블(24점 11튄공잡기 11도움주기)을 작성한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는 기자단과 6개 구단 코치진의 투표로 선정했다. 그런데 4쿼터 종료를 3~4분이나 남기고 미리 뽑는 바람에 최윤아의 대기록을 간과한 것이다. 최윤아는 4쿼터에서만 14득점, 5도움을 올렸다. 기자단과 코치진은 경기가 끝난 뒤 기록지를 보고서야 ‘아차’ 하고 무릎을 쳤다. 하지만 최윤아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 아직 어리니까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며 의연해했다. 2009년 2월3일 부천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실 최윤아가 억울하게 상을 못 받은 일은 또 있었다. 2006~2007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신한은행은 삼성생명에 크게 앞서며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뒀다. 기자단은 4쿼터 막판 투표를 했고, 최윤아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막판 박정은의 극적인 역전 3점슛으로 이겨버렸다. 결국 최우수선수 투표는 없던 일이 됐고, 5차전 승리의 주역인 신한은행 맥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최윤아는 이 일에 대해서도 “아쉽지 않았다. 나중에 상 받으면 그때 칭찬해 달라”며 웃었다.
지난해 1월31일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왕은 무명의 2군 선수 김경언(22·서울 SK)이었다. 자신보다 19㎝나 더 큰 혼혈 선수 이승준(33·서울 삼성)과 공동우승이었지만 진정한 승자는 그였다. 185㎝의 작은 키로 공중에서 팔을 360도 회전해 내리찍는 ‘윈드밀 덩크’, 자유투 라인을 발판처럼 차고 올라 내리찍는 ‘조든 덩크’ 등 현란한 묘기를 선보였다. 김경언은 결승 1라운드에서 이승준을 48-44로 제쳤지만 2~3라운드 똑같이 50점 만점으로 공동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프로농구는 올스타전에서 팬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낸다. 남자는 지난해부터 올스타전을 이틀에 걸쳐 치르고 있다. 첫날은 1년차와 2년차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고, 둘쨋날은 명실상부한 올스타들이 중부선발과 남부선발로 나뉘어 경연을 펼친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현역 선수와 은퇴 선수, 여자 선수 등 셋이 짝을 이뤄 슛 솜씨를 뽐내는 ‘슈팅스타’도 올해 다시 선보인다.
여자는 지난해 20대 팀과 30대 팀이 경기를 펼친 데 이어 올해는 올스타 드래프트제를 도입했다. 올스타에 선발된 24명의 선수를 두 팀 감독이 현장에서 한 명씩 지명해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2010~2011 남녀 프로농구가 30일 동시에 올스타전을 연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다. 올해는 어떤 선수가 스타로 탄생할까. 또 어떤 뒷얘기를 남길까.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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