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어린이 농구단 드림팀의 신정윤(15번)이 2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지유가오카클럽과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투어 제공
보육원생 14명 모인 팀
여행사 지원받아 원정
역전승 포함해 1승 1무
“수비 좋아서 힘들어”
여행사 지원받아 원정
역전승 포함해 1승 1무
“수비 좋아서 힘들어”
24일 일본 후쿠오카현 무나카타시 쓰야자키 초등학교 체육관. 축구 한일전을 하루 앞두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어린이 농구 한일전이 열렸다.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3쿼터까지 21-35, 14점이나 뒤졌다. 그런데 4쿼터에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전면 강압수비로 상대를 단 2점에 묶어둔 채 무려 20점을 넣었다. 41-37. 한국의 승리였다. 혼자 27점을 넣은 한국팀 에이스 신정윤(13)은 “일본이 빠르고 수비가 좋아 힘들었다. 그래도 이겨서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점골을 넣은 양조희(12)는 “마음속으로 일본한테는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보육원 농구단 ‘드림팀’ 소속 14명의 어린이들이다. 상대는 쓰야자키초등학교 농구단 ‘시보이스’. 드림팀은 다음날 지유가오카 클럽과의 경기에서도 12점이나 뒤지다 역전에 성공했지만 종료 2초 전 동점골을 허용해 35-35로 비겼다. 시보이스와 지유가오카는 지난해 무나카타 지구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강팀들이다.
드림팀은 천수길 대한농구협회 특별사업본부장(드림팀 감독)이 2006년 7월 꿈나무마을(옛 소년의 집), 은평천사원, 삼동소년촌 등 서울시내 3개 보육원 어린이들을 모아 만든 팀이다.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들로,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행업체인 하나투어 ‘희망여행 프로젝트’로 마련된 일본 원정에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23일 저녁 부산항에서 커다란 여객선에 오르자 아이들은 탄성부터 내질렀다.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내려 수족관을 둘러본 전지훈(9)군은 “펭귄이 너무 귀엽다. 돌고래쇼도 재미있었다”며 싱글벙글했다. 도요타 자동차공장에서 로봇이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을 보고는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틈만 나면 떠들고 장난치던 아이들은 코트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달라졌다. 경기가 끝난 뒤엔 일본 응원단 앞으로 가더니 “차렷! 경례!” 소리에 맞춰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아이들을 인솔한 꿈나무마을 생활지도사 이혜지(29)씨는 “언제 저런 인사까지 준비했는지 참 대견하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25일 저녁 일본 친구들과의 저녁 자리에선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었다. 처음엔 서먹서먹해하더니 금세 어울려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다. 4박5일의 짧은 일정을 마친 아이들은 27일 귀국했다. 이상진 하나투어 사회공헌팀장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드림팀 원정경기를 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후쿠오카/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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