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
둘은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나란히 앉았다. 서로를 칭찬해달라고 했더니 킥킥대며 쑥스러워했다. 이정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찬희는 장신이면서도 빠르고 볼센스가 좋아요. 공격력도 뛰어나서 만약 다른 팀에 있었다면 막기 힘들었을 거예요.” 민망하다며 얼굴을 붉히던 박찬희도 말을 받았다. “정현이는 공격력이 정말 좋아요. 공격 옵션이 다양해서 한번 터지면 막기 힘든 폭발력이 있지요.”
안양 한국인삼공사의 박찬희와 이정현은 1987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둘은 지난달 27일 울산 모비스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인터뷰를 마치고 곧바로 춤 연습에 들어갔다. 이틀 뒤 올스타전에서 선보일 춤이었다. 김지영 인삼공사 홍보팀 과장은 “둘이 소품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더니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맹연습을 하더라”고 귀띔했다.
둘은 1년차 팀과 2년차 팀이 벌인 ‘루키챌린지’ 경기 도중 코트에 깜짝 등장했다. 흰색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헐렁하게 매고 나와 아이돌 그룹 2PM의 ‘하트비트’와 유키스의 ‘만만하니’에 맞춰 화려한 댄스를 선보였다. 마지막에는 웃옷을 찢으며 멋진 복근을 드러내 여성 팬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경희대를 나온 박찬희와, 광주 출신으로 광주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이정현은 좀처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대학 2학년 때인 2008년 나란히 대학 선발로 뽑혀 몽골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그때부터 ‘죽’이 맞은 둘은 “그 뒤로는 사석에서도 자주 만났다”며 웃음지었다.
대학시절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둘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예상대로 1·2순위로 뽑혔다. 그런데 둘은 한 팀이 됐다. 인삼공사는 1순위로 박찬희를 지명한 데 이어, 그 전에 트레이드 과정에서 부산 케이티(KT)한테서 양도받은 2순위 지명권으로 이정현마저 선발한 것.
둘은 프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정현은 39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팀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다. 박찬희는 국가대표에 뽑혀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느라 10경기를 덜 뛰었지만 팀내 평균 출장시간 1위다. 기록도 엇비슷하다. 득점은 이정현(13.1점)이 박찬희(12.1점)를 조금 앞서지만 박찬희(4.4도움 4.2튄공)는 도움주기와 튄공잡기에서 이정현(2.9도움 2.8튄공)보다 다소 우위에 있다. 둘은 서장훈-현주엽(당시 청주 SK·1998~1999 시즌)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같은 팀 소속 신인으로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신인이지만 팬도 많다. 이정현은 “찬희가 팬이 더 많다”고 겸손해했다. 박찬희도 “나는 초등학생 팬이 많다. 지방에 가니 정현이 팬이 더 많더라”며 친구를 치켜세웠다.
이번 시즌 신인왕은 두 선수로 압축됐다. 남은 15경기에서도 우열은 쉽게 가려지지 않을 것 같다. 신인왕은 농구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고민이다. cano@hani.co.kr
이번 시즌 신인왕은 두 선수로 압축됐다. 남은 15경기에서도 우열은 쉽게 가려지지 않을 것 같다. 신인왕은 농구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고민이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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