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에서 포뮬러원(F1)이 열려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포뮬러원이 열리기는 했지만, 공짜표 남발과 미숙한 운영 등 경기 외적인 면에서의 총체적 대회 운영 부실로 국내는 물론 해외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 과연 올해는 이런 문제점 하나 없이 대회가 깔끔하게 치러질 수 있을까요? 요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06년 포뮬러원 국내 개최권을 따낸 정영조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회장. 그가 최근 전남도 F1대회조직위원회 쪽으로부터 지난해 대회 부실 운영 책임자로 지목돼 전격 퇴출당하면서 양쪽의 논란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씨는 1월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운영법인인 카보(KAVO)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된 이후 최근까지 전남도 F1대회조직위원회 쪽에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카보에서는 쫓겨났지만 한국자동차경주협회 회장 직책을 이용해 잇따라 보도자료를 내 자신을 ‘팽’시킨 전남도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전남도 쪽이 이에 별달리 대응하지 않아 갈등이 크게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로 인해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 등 외국에서 한국의 신용도가 많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전남도는 정씨의 카보 대표이사 해임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지게 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씨에게 다시 맡겨서는 올해 대회의 원활한 개최도 장담할 수 없어 그렇게 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정씨 쪽은 “임기가 남은 대표이사를 강압적으로 교체할 만큼 코리아 그랑프리가 총체적으로 실패한 대회였다면, 경기장을 완공하지 못한 에스케이(SK)건설, 이사회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짜표인 자유이용권을 발행해 큰 혼란을 야기한 F1대회조직위원회(사실상 전라남도) 등 카보의 다른 주주들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F1대회조직위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정씨가 카보 최고경영자로서 신뢰받을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했다. 자동차경주협회 회장이라면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데, 카보를 떠났다 해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은 소인배적 행동이다.” 양쪽 주장이 하도 팽팽히 맞서다 보니 잘잘못을 가리기도 참 힘듭니다.
올해 대회는 앞으로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양쪽은 서로 네 탓만 하면서 누워서 침뱉기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남도는 정씨가 빠져도 대회 개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정씨가 쫓겨난 카보는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씨가 포뮬러원 쪽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고,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경주협회 회장이어서 그가 돕지 않으면 자칫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천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올해도 참 걱정이네요.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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