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전창진 감독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환장하겠다”였다. 2년 전 원주 동부와의 재계약 요청을 뿌리치고 부산 케이티(KT)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직후였다. 부상 선수가 무려 9명이었다. 1군 선수 12명 가운데 군 복무를 마치고 막 합류한 김도수와 조성민을 빼면 거의 모든 선수가 몸이 성치 않았다. 비시즌 체력훈련을 신조로 삼는 전 감독이지만, 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재활을 마치고 태백산에서 본격적으로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체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케이티는 지난 시즌 40승14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40승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사람들을 이를 ‘전창진 매직’이라고 불렀다. 그런데도 정규리그 우승을 울산 모비스에 넘겨줬다. 승패와 맞대결 전적까지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뒤졌다. 플레이오프에서는 4강에서 전주 케이씨씨(KCC)의 벽을 넘지 못했다.
모비스의 사령탑은 죽마고우 유재학 감독이고 허재 케이씨씨 감독과는 의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아무리 ‘절친’이지만 지고는 못 사는 전 감독은 자존심에 금이 갔다. 케이티는 이번 시즌 내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5경기 가운데 4승만 보태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주축 선수들은 이번 시즌 하나둘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도수는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주전 포인트가드로 영입한 표명일도 오래 코트를 비웠다. 지난달 23일에는 팀의 ‘기둥’ 제스퍼 존슨마저 종아리 근육 파열로 한국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점차 케이티를 우승후보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케이티의 위력은 변함이 없다. 존슨 부상 이후 오히려 6연승이다. 위기에서 더욱 똘똘 뭉친 결과다. 선수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뛰고 또 뛴다. 허재 감독은 “(케이티 선수들은) 1쿼터부터 4쿼터까지, 1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지치지도 않고 쉼 없이 뛴다”며 혀를 내둘렀다. 강한 체력은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
선수들은 팀플레이를 교과서처럼 여긴다. 비결은 미팅이다. 주장 조동현을 중심으로 틈만 나면 미팅을 한다. 박상오는 “최근에는 ‘여기까지 왔는데 존슨이 빠졌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송영진은 “존슨까지 미팅에 참가한 적도 있다”며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나면 코트에서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 감독의 리더십은 화룡점정이다.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편하게 선수들을 대한다. 5일 삼성전에선 경기 도중 팀플레이를 외면한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를 벤치에서 강하고 무섭게 다그쳤다. 상대적으로 약한 동부전을 앞두고는 “지난 경기에서 20점 졌으니 오늘은 10점만 지자”며 선수들을 다독인다. 감독과 선수가 한마음이니 집안도 잘되는가 보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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