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과학적 체력훈련 성과
“선수들, 이기는 법 깨쳐”
챔프전 편한 팀 누구?“
모두들 장·단점 있어”
“선수들, 이기는 법 깨쳐”
챔프전 편한 팀 누구?“
모두들 장·단점 있어”
36.5℃ 데이트 ‘만년 3위’ 대한항공 우승 이끈 신영철 감독
“우리는 프로다! 결과로 보상받자”, “피나는 훈련 앞에 불가능은 없다”. 지하 1층 체육관에 들어서자 이런 내용의 문구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감독실에 들어가보니, 벽면 한쪽에 선수단 전체의 ‘셔틀런’ 기록을 적은 에이(A)4 용지가 붙어 있다. 무엇보다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의 배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 7시즌 만에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첫 우승을 이끌며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양강구도를 허물어뜨린 신영철(47) 감독. 1m78 단신이면서도 1990년대를 전후해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월드리그 무대에서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던 그를 9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났다.
■ 명장 선배와의 챔프전 부담 ‘만년 3위’ 꼬리표를 뗀 기분은 어땠을까? “이번에도 정규리그 2위로 밀렸으면 챔프전 가기 힘들지도 몰라요. 심적으로 선수들이나 저 모두 한 고비 넘긴 셈이죠. 지금 선수들이 대한항공 역사를 새로 쓴 것입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선수들이 스스로 터득한 게 큰 소득입니다.”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통합챔프에 올라야 하는 만큼, 4월3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할 듯했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 행사 때 ‘목표는 당연히 정규리그 우승이고, 대한항공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 매우 홀가분합니다. 챔프전이 다가오면 심적 부담이 될 것이겠지만…. 저보다 선수들이 많이 부담 되겠죠. 챔프전을 한 번도 경험 안 해봐서 더 그럴 겁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정규리그처럼 잘 해줄 겁니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세 팀 중 어느 팀이 챔프전에 올라왔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절대 대답할 수 없지요. 아시면서….” 대신 팀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다. “엘아이지는 현대캐피탈에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 올라오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저력 있는 팀입니다. 삼성화재는 용병 가빈이 제일 겁나요. 3라운드 대전 경기 때 맞붙었는데 가빈이 혼자 39점을 폭발시키는 바람에 지고 말았어요. 4라운드 때는 홈에서 3-0으로 완파하기는 했지만, 가빈을 가장 경계해야죠. 현대캐피탈은 조직력이 좋습니다. 두 세터(최태웅, 권영민)도 대한민국 최고이고요. 문성민과 소토도 있고….”
그는 “단기전이라 승부는 예측불허”라며 “기간이 길어 체력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선수들 지금은 리듬이 좋은데, 이번 일요일 경기 뒤 3주 동안이나 쉬어야 되니 경기 감각이 무뎌질 것인데, 좀 걱정이 되네요. 신치용 감독님(삼성화재)이나 김호철 감독님(현대캐피탈)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장이어서, 어떻게 넘어서야 할 것인지 고민도 많습니다. 그러나 도전하는 맛에 사는 것 아닙니까. 메뚜기도 한철인데….”
■ 체력이 가장 중요 “훈련은 정신력으로, 경기는 체력으로 한다.” 신 감독 지론이다. “감독을 맡으면서 만년 3위로 힘들어 하는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 방식으로 체력을 쌓도록 유도했고요. 1점을 내려고 몇 번씩 점프를 해야 하는 배구에서 체력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곧 지치고 맙니다.” 과감한 시도로 인한 실수는 오히려 권장했다.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떤 자세에서 실수가 나오는지 알면 된다. 차라리 공격적으로 실수하는 게 발전적이다’라고 강조도 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객기는 부리지 말라고 했어요.” 신치용 감독 밑에서 삼성화재 코치로 있다가 2004년 2월 엘지(LG)화재 사령탑으로 독립한 신 감독은 1년 만에 성적부진으로 경질당하며 좌절을 맛봤다. 2005년엔 선수 폭행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팀이 3위를 했지만 김요한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받으려고 결과적으로 꼴찌를 하게 됐는데, 사장이 바뀌는 바람에 결국 경질됐습니다. 그때 ‘사회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앞으로는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용인대 등 강의를 나가다가 지난 시즌 2라운드 무렵 진준택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파죽의 10연승까지 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주전 센터 진상헌과 김형우의 돌연 부상으로 3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도 중도에 고비가 있었다. 상무신협과 우리캐피탈에 지면서 잠시 흔들렸다. “그때 선수들이 많이 느꼈을 겁니다. 지지 않을 팀에 져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게 된 것이죠. 실보다 득이 많았습니다.” 신 감독의 지도철학은 의미심장했다. “그 사람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려라!” 그는 “단체운동에서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 체력이 가장 중요 “훈련은 정신력으로, 경기는 체력으로 한다.” 신 감독 지론이다. “감독을 맡으면서 만년 3위로 힘들어 하는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기본기와 체력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과학적 방식으로 체력을 쌓도록 유도했고요. 1점을 내려고 몇 번씩 점프를 해야 하는 배구에서 체력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곧 지치고 맙니다.” 과감한 시도로 인한 실수는 오히려 권장했다.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떤 자세에서 실수가 나오는지 알면 된다. 차라리 공격적으로 실수하는 게 발전적이다’라고 강조도 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객기는 부리지 말라고 했어요.” 신치용 감독 밑에서 삼성화재 코치로 있다가 2004년 2월 엘지(LG)화재 사령탑으로 독립한 신 감독은 1년 만에 성적부진으로 경질당하며 좌절을 맛봤다. 2005년엔 선수 폭행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팀이 3위를 했지만 김요한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받으려고 결과적으로 꼴찌를 하게 됐는데, 사장이 바뀌는 바람에 결국 경질됐습니다. 그때 ‘사회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앞으로는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용인대 등 강의를 나가다가 지난 시즌 2라운드 무렵 진준택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파죽의 10연승까지 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주전 센터 진상헌과 김형우의 돌연 부상으로 3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도 중도에 고비가 있었다. 상무신협과 우리캐피탈에 지면서 잠시 흔들렸다. “그때 선수들이 많이 느꼈을 겁니다. 지지 않을 팀에 져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게 된 것이죠. 실보다 득이 많았습니다.” 신 감독의 지도철학은 의미심장했다. “그 사람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려라!” 그는 “단체운동에서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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