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20점차 대승
2위 전자랜드 패배
두 경기 남기고 확정
2위 전자랜드 패배
두 경기 남기고 확정
“긴장하라고 전해주세요.”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은 13일 경기 전 라커룸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전창진 부산 케이티(KT) 감독한테 전해 달라며 이렇게 농담을 건넸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전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긴장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받아넘겼다. 2년 전만 해도 동부의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두 감독의 표정은 엇갈렸다. 이미 4위를 확정지은 강 감독은 느긋했고,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전 감독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케이티 선수들은 몸을 날리며 투혼을 불살랐지만, 동부 선수들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이라도 당할까 몸을 아꼈다. 전반은 34-34로 팽팽했다. 전 감독은 전반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이런 경기력으로 우승팀이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 경기 포기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다그쳤다. 효과는 후반에 나타났다. 케이티는 후반에만 20점을 앞섰다. 케이티의 87-67 승리.
지상파 중계방송으로 45분 일찍 시작한 원주 경기가 끝난 뒤 케이티 선수단은 체육관을 떠날 수 없었다. 울산 경기에서 2위 인천 전자랜드가 모비스에 질 경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케이티 관계자들은 관중들이 빠져나간 텅 빈 체육관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모비스를 응원했다. 결국 전자랜드가 모비스에 72-75로 지면서 케이티는 39승13패로 전자랜드(37승15패)를 2경기 차로 따돌리고 남은 2경기에 관계없이 2004년 1월 창단 이후 정규리그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케이티는 지난 시즌 모비스와 승패 및 상대전적까지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정규리그 2위에 그쳤던 아쉬움도 날렸다. 이날 이겼다면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최다인 7연승을 기록할 뻔했던 전자랜드는 최근 나흘 동안 세 경기를 치러 선수들 체력이 바닥난 게 뼈아팠다.
전창진 케이티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힘든 훈련을 잘 견뎌준 선수들이 미안하고 고맙다”며 “남은 2경기도 이겨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41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간단히 기념사진만 찍은 케이티 선수단은 공식 우승행사를 정규리그 마지막날인 20일 안방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기로 했다.
한편 최하위 오리온스는 대구 안방에서 9위 안양 인삼공사를 83-64로 꺾고 4연승을 달리며 탈꼴찌를 눈앞에 뒀다.
원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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