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빈, 얼마나 높이 뛰나 & 가빈, 얼마나 공격하나
전체 팀 공격의 61% 맡아
“나는 로봇 아니다” 털어놔
“프로는 이기고봐야” 주장에
“1인 배구에 재미 뚝” 반론
“나는 로봇 아니다” 털어놔
“프로는 이기고봐야” 주장에
“1인 배구에 재미 뚝” 반론
삼성화재 지나친 ‘가빈 의존’ 논란
2010~2011 NH농협 V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정규리그 3위(16승14패) 삼성화재의 ‘반란’이 프로배구판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정규리그 2위(22승8패)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전에서 예상 외로 3전 전패를 당하며 삼성화재에 일방적으로 나가떨어졌고, 이번엔 1위 대한항공마저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삼성화재에 무기력하게 패하며 사상 첫 챔프전 우승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 때문에 정규리그 1·2라운드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포스트시즌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고 있는 신치용(56) 삼성화재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에 대해 배구인들은 찬사를 보낸다. 문용관 해설위원은 “지도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상황에 맞게 순간순간 수싸움에 강하다. 선수들도 감독의 리드를 잘 알아듣는다”고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신 감독은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정규리그 우승 3번, 챔피언전 우승 4번으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고, 제갈공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유독 캐나다 출신 레프트 가빈 슈미트(25·2m07, 99㎏)에만 거의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신치용식 배구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챔피언결정전만 보더라도, 가빈은 팀 전체 득점의 46.15%(208점 중 96점)를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점유율은 61.57%(팀 공격 229번 중 141번), 공격성공률도 60.99%(141번 중 86번 성공)나 됐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감독은 “신치용 감독은 이기는 방법이 이것뿐이라며 ‘몰빵배구’를 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한 선수가 50~60%의 볼점유율을 갖는 배구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극단적으로 말하면 외국 선수 한명이 한국 배구를 초토화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병 못지않게 토종들에게도 다양한 공격기회를 줘 균형 맞춘 배구를 구사하는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과 달리, 삼성화재는 가빈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때문에 ‘가빈화재’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가빈화재’가 프로배구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도대체 뭘까, 분석해봤다.
■ 정규리그는 대충해도 된다? 남자부 7개팀 가운데 4개팀이 진출한 이번 시즌 배구 플레이오프는 부정적 측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은 못해도 챔피언전에서 이기면 된다는 의식이 커졌다.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바닥권을 헤맸다. 그러면서도 신치용 감독은 가빈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술로 우승후보이자 라이벌인 현대캐티탈한테는 4승1패로 강세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후 세터 유광우와 가빈의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뒤 가빈을 앞세워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가빈 같은 특급 해결사가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신 감독은 이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러자 배구판 전체의 인기와 흥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정규리그 1위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위와 3.5경기 정도 승차가 나면 1위팀에 1승을 먼저 주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 작전보다는 용병에 달렸다? 신치용 감독은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단기전은 작전이고 뭐고 필요 없다. 에이스 대결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고 했다. 확실한 해결사 가빈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실제 가빈은 엘아이지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홀로 57득점을 기록하는 등 매 경기 승리 청부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일인에 절대의존하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되면 주로 가빈에게 공을 올려줘 해결하게 하는 단조로운 오픈공격으로 일관했다. 제갈공명의 지략과 작전은 없고 비싸게 영입한 용병에 사활을 건 배구를 했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 외국인 선수 혹사 논란? 엘아이지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뒤 가빈은 인터뷰에서 “연달아 2경기를 하고 하루를 쉰다. 체력적인 부담이 된다. 나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털어놔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른쪽 어깨에 부항 자국이 선명하고 테이핑까지 한 데다, 매 세트 공격하느라 지쳐 땀을 흘리는 모습에 팬들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일부 팬들은 “외국인 노동자 혹사”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고 승리가 최대 목표인 만큼, 승리 지상주의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처럼 용병의 몸이 부서지든 말든 그에게 전적으로 공격을 맡기는 식은, 한국 프로배구 흥행이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탁월한 토종들의 활약으로 국가대표급 지도력을 갖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줄줄이 가빈화재에 당하면서,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LIG손해보험) 박철우(삼성화재) 등 국내 스타들은 그림자 노릇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바닥권을 헤맸다. 그러면서도 신치용 감독은 가빈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술로 우승후보이자 라이벌인 현대캐티탈한테는 4승1패로 강세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후 세터 유광우와 가빈의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뒤 가빈을 앞세워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가빈 같은 특급 해결사가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신 감독은 이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그러자 배구판 전체의 인기와 흥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정규리그 1위팀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위와 3.5경기 정도 승차가 나면 1위팀에 1승을 먼저 주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 작전보다는 용병에 달렸다? 신치용 감독은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단기전은 작전이고 뭐고 필요 없다. 에이스 대결에서 승부가 판가름 난다”고 했다. 확실한 해결사 가빈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실제 가빈은 엘아이지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홀로 57득점을 기록하는 등 매 경기 승리 청부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일인에 절대의존하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안정적으로 되면 주로 가빈에게 공을 올려줘 해결하게 하는 단조로운 오픈공격으로 일관했다. 제갈공명의 지략과 작전은 없고 비싸게 영입한 용병에 사활을 건 배구를 했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
부항 자국이 선명한 가빈 선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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