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순간의 ‘눈물’ 떠올리고
휴대폰에 “나는 최고다” 쓰며
평범한 선수들의 희망 ‘우뚝’
휴대폰에 “나는 최고다” 쓰며
평범한 선수들의 희망 ‘우뚝’
이번 시즌 실내 스포츠에는 김학민처럼 대기만성형 선수들이 활짝 폈다. 남녀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박상오(30·부산 KT)와 강영숙(30·안산 신한은행)도 만년 2인자에서 최고 선수가 됐다.
박상오는 ‘눈물’이 자극제였다. 중앙대 시절 농구를 접겠다고 마음을 굳힌 뒤 안성캠퍼스 문을 나서 서울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질리도록 울었다. 사병 복무 뒤 부활한 그는 “힘들 때마다 그때 그 눈물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강영숙의 ‘카카오톡’ 문패 글귀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만큼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2인자 그늘에서 벗어날 힘을 비축했다. 신인 드래프트 때 10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것이나, 2004년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됐을 때 좌절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고의 선수”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정상에 섰다.
둘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나 튄공잡기에 솔선수범하며 궂은일을 많이 한다. 눈에 띄지 않다 보니 “평범한 선수인데 최우수선수감이 되느냐”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스타 선수와의 경쟁이어서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둘의 성공 뒤엔 찡한 감동이 있다. 전창진 케이티(KT) 감독은 “박상오가 최우수선수상을 받아야 평범한 선수들에게 희망이 생긴다”고 했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도 “부상 선수와 대표팀 차출로 팀이 어려웠을 때 꾸준히 활약해 준 선수가 강영숙”이라고 치켜세웠다.
핸드볼에서도 2인자가 최고 자리에 등극했다. 정의경(26·두산)은 지난 2월 말 막을 내린 2011 에스케이(SK)핸드볼 코리아컵(옛 핸드볼큰잔치)에서 ‘만년 최우수선수’ 윤경신(38·두산)을 제치고 남자부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윤경신이 최우수선수를 놓친 것은 2008년 국내 복귀 이후 처음이다.
정의경은 대학 1학년 때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대표팀은 물론 스타군단 소속팀(두산)에서도 늘 2인자였다. 하지만 “은퇴 뒤에도 핸드볼에 정의경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존재감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로 코트를 누볐고, 땀은 보답을 받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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