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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야구캐스터의 꿈도 폐허로…

등록 2011-05-24 16:51수정 2011-05-24 17:28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23일 오후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다. 송지선 <엠비시(MBC)스포츠+> 아나운서의 투신자살 소식이었다. 울컥했다. 눈물도 났다. 막연하게 ‘그럴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다. 전날인 22일 스캔들의 한쪽 당사자였던 야구 선수가 열애설을 부정했을 때 ‘더이상 버틸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니. 우울증이란 놈은 언제든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처음 스포츠 전문지 기자가 됐을 때 야구장에는 여기자가 극히 드물었다. 방송사나 종합지에도 그렇고, 스포츠 전문지에도 한 명 있을까 했다. 야구장에 가면 구단 관계자나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랐다. 남성 호르몬만 넘쳐나는 곳에 여기자가 나타났으니 오죽했을까. 취재에도 잘 응해줬다. 물론 해태와 삼성 사령탑을 역임한 김응용 감독처럼 노골적으로 여기자를 싫어한 이도 있었다. 김 전 감독은 ‘아침부터 여자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자리를 피하곤 했다.

몇년 전부터 케이블 방송사의 여자 아나운서들이 야구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야구붐이 일고 케이블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야구 관련 프로그램을 쏟아내면서 여자 아나운서들도 덩달아 많아졌다. 이젠 어느 야구장을 가더라도 경기 전 발랄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인터뷰하는 아나운서들을 볼 수 있다. 여자 아나운서의 인기는 한밤에 생중계되는 야구 프로그램의 시청률과도 직결되고 있다.

더불어 야구판에는 ‘아무개 선수와 아무개 아나운서가 사귄다더라’ 혹은 ‘헤어졌더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렸다. 청춘남녀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러번 마주치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실제 김석류 전 아나운서가 김태균(지바 롯데)과 지난해 결혼을 했고, 이지윤 전 아나운서는 현재 박병호(LG)와 연애중이다.

아나운서를 포함한 방송·연예인들과 야구 선수들의 열애설이 불거질 때마다 파장은 여자 쪽에 더 크게 미쳤던 것 같다. 열애설은 누리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고 당사자들은 온라인에서 발가벗겨졌다. 이전까지 ‘여신’으로 불렸던 그들은 한순간에 흙탕물 속으로 처박혔다.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했던 그들의 본심도 함께 흙탕물 속에 파묻혔다.

고 송지선 아나운서와는 딱 한번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다. 고향이 제주도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그는 동생의 고교 3년 선배이기도 했다. 처음 사건이 있던 뒤 따로 만나고 싶었다. 그냥 얘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똑같이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판’에 뛰어들었기에 더욱 그러고 싶었다. 여성 최초 야구 캐스터의 꿈도 접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황지우 시인의 시 <뼈아픈 후회>의 한 구절처럼 그가 사랑했던 자리도 이제 모두 폐허가 됐다. 그래서 더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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