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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꼭 그렇게까지 피해야 했나

등록 2011-06-01 19:51수정 2011-06-01 20:17

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

몇년 전 일이다. 부서 팩스로 들어온 A4 용지 한장에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박찬호 내일 출국, 공항에서 짧은 스탠딩 인터뷰”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보낸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스타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잘나가던 박찬호는, 늘 비밀리에 입국해서는 언론과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그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기자만 상대했기에, 다른 기자들이 인터뷰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서 박찬호와 친분 있는 기자의 기사에 ‘물먹은’ 경쟁지 기자가 회사에서 궁지에 몰렸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박찬호는 성적 부진으로 입지가 흔들리는 처지가 되자 돌변했다. 한국에 와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며 눈물까지 흘린 일도 있었다.

최근 또다른 ‘박’의 인터뷰 회피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30)이다. 박지성의 귀국 현장 취재를 위해 3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려갔던 기자들은 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지성은 오후 2시10분 프랑스 파리발 비행기를 이용해 입국하기로 돼 있었다. 입국 게이트 주변에는 50여명이 넘는 취재진과 수십명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다른 게이트를 통해 몰래 빠져나갔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에 취재 갔던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눈앞에 다가왔던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놓친 것에 대한 충격이 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2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도 후반 교체됐고, 팀이 졌기 때문인지 언론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터에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자신의 부진한 플레이에다 우승까지 놓쳤으니 그럴 만도 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보여준 두차례 행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 최고의 스타다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축구팬들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팬들은 언론을 통해 스포츠 스타들의 숨겨진 얘기는 물론,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추측성 보도로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특정 감독 딸과의 결혼설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하고 싶지 않으면 거부하는 게 대스타의 언론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언론 취재에 응하는 것은 팬에 대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박지성이 국내에서 공식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어 언론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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