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 용인시청은 이달 말 해체를 앞둔 ‘시한부’ 팀이다. 시 당국이 지난해 말 팀 해체를 선언하고, 6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팀을 존속시키고 있다. 계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지만 선수들의 운동복은 아직도 겨울옷이다. ‘여름’이 없는 그들에게 시 당국에서 여름 운동복을 지급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허름하고 비좁은 여관방에서 2명이 한방을 쓰며 대회에 출전중이다. 어린 선수들은 3명이 한방을 쓰기도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용인시청은 2011 에스케이(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기적’을 이어가고 있다. 7개 팀 가운데 5~6위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받았지만 1라운드에서 5승1패를 거두며 호화군단의 인천시체육회(5승1무)를 반 경기 차로 쫓으며 당당히 2위를 달리고 있다. 3일부터 막을 올리는 2라운드에서 이변이 없는 한 3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용인시 당국의 해체 태도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시 재정에 견줘 운동부가 너무 많다는 이유다. 6년 전, 핸드볼팀을 창단할 때를 돌이켜보면 이런 이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용인시청은 여자핸드볼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따내자, 2005년 초 팀을 창단했다. 당시 시는 “올림픽에서 국위를 빛낸 효자종목이면서도 기업들이 등한시한 종목이 바로 핸드볼”이라며 “자치단체로서 비인기종목을 육성하고 운동선수들의 고용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핸드볼을 통해 시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 창단 이유를 밝혔다.
이 말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용인시청은 김운학 감독이 가정주부나 학교 지도자로 변신했던 은퇴 선수들을 끌어모아 어렵게 팀을 이끌었다. 스타 선수 하나 없는데도 창단 2년 만인 2007년 핸드볼 큰잔치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그동안 우승 2번, 준우승 5번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선수들은 3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용인시청 유니폼을 입지 못하고 뛰어야 한다. 플레이오프가 7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시 당국이 6년 전 창단 선언의 뜻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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