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정부·기업, 똘똘 뭉쳐 ‘3번의 도전’
“겨울스포츠 아시아로 확대” 공감 얻어
김연아·모태범 등 ‘금메달 4총사’ 활약
“겨울스포츠 아시아로 확대” 공감 얻어
김연아·모태범 등 ‘금메달 4총사’ 활약
집요하게 파고드는 집중력과 불같은 열정. 겨울올림픽 ‘3수’ 만에 유치에 성공한 평창의 승리는 끈기와 집념의 산물이다. 6일 밤(한국시각)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입에서 “평창”이라는 말이 나오자 10년 넘게 기다려온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은 감격에 젖었다.
■ “물러날 곳이 없다” 배수진 2010, 2014년 대회 유치 실패 뒤 다시 3수에 나섰을 때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도 평창이었다.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여론을 등에 업으면서 추진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평창 유치위원회(위원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는 강원도, 대한항공,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서를 ‘한 지붕 다섯 가족’으로 묶으며 역할분담 등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불협화음도 없진 않았지만 큰 목표 아래 결집력이 높아졌다. 아이오시의 주 스폰서인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도 폭넓은 행보로 득표 활동을 도왔다. 삼성의 글로벌 정보망과 인맥, 지사 등을 총동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위해 각 나라 정상이 총회장까지 나가는 예는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스포츠의 정치화라는 비판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개최의 보증인인 대통령이 직접 설득에 나선 것도 도움을 주었다.
■ “겨울올림픽 확산”의 명분론 평창은 기존 두번의 유치전에서 남북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강조했다. 평화 이데올로기를 통한 득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공법으로 나갔다. 아시아 평창에서의 겨울올림픽 개최라는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통해 올림픽 운동 확산과 시장 확대라는 강점을 내세웠다. 역대 21번의 겨울올림픽 가운데 절대다수인 19번의 대회가 유럽과 북미에서 개최됐다. 세계 인구의 60%가 사는 아시아에서는 고작 두번 열렸고, 그것도 모두 일본의 몫이었다. 평창은 겨울올림픽을 한번도 치르지 않은 한국에서의 축제를 강조했고, 이런 명분이 위원들의 공감을 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북미), 2006년 토리노(유럽), 2010년 밴쿠버(북미), 2014년 소치(유럽) 등 최근 유럽과 북미를 오갔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반면 뮌헨은 애초 ‘우정의 축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가 더반에서 갑자기 “겨울올림픽의 뿌리로 돌아가자”고 주장했지만 감동을 주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 “금메달 4총사” 브랜드의 승리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로 월드 스타로 뜬 ‘피겨 여왕’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 3총사인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도 맹활약했다. 이들이 총회장에 나타나면 아이오시 위원들은 즐거워했다. 아이오시 위원과의 대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의 존재는 과거 쇼트트랙 편식에서 벗어나 한국이 겨울스포츠의 핵심 종목에서도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이들 겨울올림픽 스타 선수들은 더반 현지에서 남아공 어린이들을 위한 빙상 강습회를 여는 등 평창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뮌헨이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득표활동의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평창도 ‘현존 여왕’ 김연아로 맞불을 놓을 수 있었다. 평창의 내외신 기자회견 때 외국 기자 질문의 절반 이상이 김연아한테 집중될 정도로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연아는 프레젠터로 나서 유창한 영어로 평창을 홍보해 유치에 엄청난 힘이 됐다.
더반/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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