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형의 차이가 뭐냐고? 형은 외출할 때 신발을 신고, 너는 집을 나설 때 의족을 신을 뿐이다. 그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무릎 이하가 없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이 말을 자주하며 피스토리우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20일 이탈리아 리냐노 사비아도로에서 열린 국제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을 기록하며 대구 세계선수권 참가 A 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했다.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45초61)을 0.54초나 앞당긴 기적 같은 기록이다.
과연 피스토리우스가 장착한 탄소섬유 재질의 ‘제이(J)’자형 의족은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일명 ‘치타’인 이 의족의 성능 논란은 피스토리우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시도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선수는 어떤 도구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결국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출전도 좌절됐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피스토리우스가 대구 세계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단은 “기록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가 없을 뿐이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1월 독일 쾰른의 스포츠대학에 의뢰해 피스토리우스의 운동능력을 테스트한 결과 비장애인 선수보다 의족을 단 그가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스트를 주도한 게르트페터 브뤼게만 교수는 “달릴 때 사람의 발이 60%의 효율성을 갖는 반면,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은 90%의 효율성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스토리우스와 비장애인 선수들을 같은 속도로 달리게 했을 때 피스토리우스의 인공관절이 입는 에너지 손실은 비장애인 선수의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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