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68)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스포츠 CEO를 찾아서 김원길 여자농구연맹 총재
“올스타전 해설 해보고 싶어” 팀 해체 막고 7구단 창단 과제
“올스타전 해설 해보고 싶어” 팀 해체 막고 7구단 창단 과제
뚝심과 추진력이 전부는 아니다. 일의 맥을 짚어 정곡을 찌르는 감각이 없이는 안 된다. 투입보다 산출이 적은 한국적 프로스포츠 상황에서 팀을 늘리고, 리그를 유지하기 위해선 발바닥이 닳도록 뛰기도 해야 한다.
과거 집권당 정책위 의장 출신의 김원길(68)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는 경제통 수장이다. 연맹 단독 사옥 건립, 타이틀 스폰서 순번제 정착, 6구단 금호생명(현 KDB생명) 창단 및 신한은행의 현대산업개발 인수, 5년간 장기 중계권 계약, 인터넷 방송(WKBL-TV) 활성화 및 비디오 판독 도입, 혼혈선수 제도 도입 등은 모두 돈과 관련돼 있다. 때로는 압력으로, 때로는 읍소로, 때로는 모험적인 투자로 판을 키워왔다. 학창시절부터 맷집이 좋았고, 고집도 센 그는 “연맹은 이제 독자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마련됐다”며 뿌듯해했다. 1990년대 말 구제금융 사태로 여자실업팀이 줄줄이 해체됐고, 당시 “대기업 사옥에 더부살이하며 직원들 급여를 걱정할 정도”였던 어려움도 옛일이다.
그의 카리스마는 성실성에서도 나온다. 1999년 12월, 연맹 총재 취임 뒤 직접 본 경기는 12년 동안 1000경기에 가깝다. 거의 전 경기 출석이다. 농구 지식은 전문가 뺨치고, 선수들과는 별명을 줄줄 꿸 정도로 친하다. 농구판에서는 ‘여자농구 마니아’로 통한다. 그는 “여자농구는 아기자기하고 스릴있다. 올스타전 때 객원해설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지난달 4선에 성공해 2014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돼 프로스포츠 최장수 총재가 된 배경이다.
아이디어도 톡톡 튄다. 2006년 여름, 국민은행의 마리아 스테파노바(러시아)가 덩크슛을 꽂는 것을 보고 ‘덩크슛 3점제’를 도입했고, 하프라인에서 골을 넣으면 5점을 주는 이른바 ‘김일성 슛’도 시행했다. 물론 실전에서 나온 적은 없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다.
과제는 여전히 많다. 여자농구 선수 자원이 워낙 부족하고, 각종 프로종목이 군웅할거하면서 경쟁력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팀 해체를 막고 7구단을 창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구 클리닉 등 풀뿌리 여자농구 저변 확대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