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 훈련장 차려
훈련 일정 등은 공개 안해
100·200m 등 3관왕 도전
훈련 일정 등은 공개 안해
100·200m 등 3관왕 도전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왔다.
세계 육상의 ‘왕별’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거쳐 이날 저녁 8시30분께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남자 100m와 2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27일 개막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고의 인기스타.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 출전하는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세계선수권에 이어 사상 첫 메이저대회 연속 3관왕에 도전한다.
■ 볼트 입국으로 뜨거워진 열기 볼트는 진한 군청색 모자를 눌러쓴 채 입국장에 나타났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나중에 답하겠다”는 말로 언론 접촉을 피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티셔츠에 사인해 주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볼트의 입국으로 대구는 후끈 달아올랐다. 볼트는 자메이카 선수단과 별도로 대구 그랜드호텔을 숙소로 정했다. 볼트의 에이전트와 호텔 쪽은 볼트의 세부 일정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등 경호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볼트의 훈련장이 차려진 경북 경산시도 분주하다. 볼트는 자메이카 선수단과 함께 17일부터 엿새간 경산시 상방동 경산생활체육공원 내 육상경기장에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이곳은 대구 스타디움에서 불과 6㎞ 정도 떨어져 있다. 경산시는 자메이카 선수단을 위해 호텔과 훈련장을 오가는 버스를 제공하고, 선수단을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도 내걸었다. 샤워실과 마사지실 등도 새로 단장했다. 대회 조직위는 자메이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볼트의 입국으로 개막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반색했다.
■ ‘괴물’ 앞에 인간한계는 없다 볼트는 ‘괴물’이다. 기록 단축 속도를 보면 그렇다. 육상 100m에서 0.1초를 줄이는 데 짧게는 14년에서 길게는 23년이 걸렸다. 그러나 볼트는 단 1년 만에 무려 0.11초를 줄였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막판에 속도를 줄이고도 9초69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다. 만약 막판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의문은 1년 만에 풀렸다. 볼트는 2009년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전광판에 9초5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새겼다. 육상 100m 인간 한계가 9초5라고 했던 스포츠 과학자들은 인간 한계는 ‘9초4’라고 수정했다.
남자 200m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볼트는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19초30)을 0.11초 앞당기며 19초19로 우승했다. 과학자들은 곡선 주로가 포함된 200m에서도 19초 벽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새롭게 예측했다.
■ 기존 통념을 깬 스프린터 키 1m96, 몸무게 94㎏인 볼트는 “육상 단거리에서 키 큰 선수는 순발력이 떨어져 불리하다”는 기존의 통념을 바꿔놓았다. 넓은 보폭이 단거리 선수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운동선수들이 금기시하는 치킨너깃 같은 패스트푸드를 빠른 질주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볼트는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까지 갖췄다. 거침없고 익살스런 행동으로 트랙 안팎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다. 경기를 앞두고는 도도한 표정으로 경쟁자들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우승한 뒤에는 오른팔은 가슴 쪽으로 접고 왼팔은 쭉 뻗어 하늘을 찌르는 듯한 번개 모양 뒤풀이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볼트는 최근 “내게 한계는 없다. 100m와 200m에서 타이틀을 지키겠다”며 우승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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