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번째 허들 뒤 진로방해 당해 레이스 주춤 ‘2위’
1위 골인 로블레스 실격…미 리처드슨 행운의 우승
1위 골인 로블레스 실격…미 리처드슨 행운의 우승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년 만에 챔피언 복귀를 노리던 ‘황색탄환’ 류샹(28·중국)의 꿈이 경쟁자의 반칙으로 무산됐다. 결승선을 앞두고 반칙을 당한 뒤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은 류샹은 다이론 로블레스(29·쿠바)의 결승선 1위 골인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경기 뒤 로블레스는 류샹에게 방해를 일으켰다는 심판 판정이 나오면서 실격처리됐다.
류샹으로선 더욱 아쉬움이 큰 대회가 됐다. 2위로 들어온 제이슨 리처드슨(25·미국)이 우승했고, 3위로 골인한 류샹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규정집 163조 2항에는 ‘레이스 중 상대 선수를 밀거나 진로를 방해하면 그 선수를 실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출발선에서 경기를 포기했던 류샹이 29일 저녁 대구스타디움 남자 110m 허들 결승선에 섰다. 출발은 세계기록 보유자인 로블레스가 0.150으로 가장 빨랐지만, 류샹도 0.164로 치고 나가 경쟁의 열기는 초반부터 불이 붙었다. 근소한 차의 리드를 지키던 로블레스의 질주는 그러나 6번째 허들부터 류샹의 가속도에 추격을 허용했고, 류샹의 우승은 가시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9번째 허들을 넘은 뒤 로블레스의 오른손이 류샹의 왼손과 접촉했고, 류샹은 마지막 10번째 허들을 건드린 채 넘으며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고는 3위로 처졌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9번째 허들을 넘을 때 로블레스의 오른팔과 류샹의 왼팔이 부딪혔고 10번째 허들을 넘을 때는 로블레스가 류샹의 팔을 뒤로 잡아끌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 바람에 류샹이 마지막 허들에 허벅지가 걸리며 속도를 잃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류샹의 쑨하이핑 코치는 경기 후 국제육상경기연맹에 이런 사실을 항의했고, 연맹은 비디오 화면을 판독한 뒤 로블레스의 실격 판정을 내렸다.
류샹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던 베이징올림픽에서 챔피언에 올랐던 로블레스는 이번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실격이라는 불명예로 물러나야 했다. 류샹은 준결승에서 여유있는 레이스를 펼치며 로블레스를 2위로 밀어냈었다.
준결승 기록(13초11)이 가장 좋았던 제이슨 리처드슨이 로블레스(13초14)에게 0.02초 차 뒤진 채 두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행운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13초27의 류샹이 은메달, 13초44의 앤드루 터너(30·영국)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시즌 가장 좋은 기록(12초94)을 보유했고, 올 시즌 류샹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도 했던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는 큰 무대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하며 실격 소동 속에서도 4위에 그치고 말았다.
대구/권오상 기자 kos@hani.co.kr
2011 대구 세계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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