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벅차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핸드볼 전용경기장이 문을 연 날. ‘88 서울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고병훈(65) 전 여자대표팀 감독은 관중석에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르지 못했다. 그는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임오경(40) 서울시청 감독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올림픽 펜싱경기장을 리모델링한 전용경기장은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사인 에스케이(SK)그룹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공사비 434억원을 모두 부담해 세웠다. 서울올림픽 여자 금메달, 남자 은메달 뒤 전용경기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23년 만이다.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국 핸드볼이 큰 전환점을 맞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착공해 1년6개월 만에 완공된 경기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관중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300석 규모의 보조경기장도 갖췄다. 일본 지지통신 요시다 켄이치 한국특파원은 “일본에도 핸드볼 전용경기장은 없다”며 “크기도 적당하고 코트와 관중석이 가까워 관중친화적으로 잘 지었다”고 평가했다.
준공식 기념행사로 경기 전 열린 걷기 대회와 에스케이 해피 콘서트 등의 행사에는 2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두 딸과 함께 경기를 보러 온 김주은(45·서울 상계동)씨는 “시설이 깔끔하고 너무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개장 첫 경기로 열린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남자예선에서 한국이 일본을 31-18로 대파했다. 골키퍼 박찬영의 활약이 눈부셨다. 경기 직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고 없이 등장해 개관을 축하했다. 아시아 10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11월2일까지 1장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놓고 경쟁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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