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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스모킹 조’ 레프트훅 하늘 링으로

등록 2011-11-08 20:08

미 전설의 ‘저돌적 복서’ 조 프레이저 간암으로 별세
알리에게 첫 패배 안겼으나 평생 그의 그늘에 가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1년 3월8일.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특설링에서는 세계 권투 사상 전무후무한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떠버리’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스모킹 조’(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같은 조라는 뜻) 조 프레이저의 세계 헤비급 타이틀 매치였다. 두 선수에게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250만달러(28억여원)씩의 대전료가 주어질 정도로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였다.

67년 베트남전 파병 차출 거부로 세계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한 뒤 3년 남짓 공백기를 가졌던 도전자 무하마드 알리(종전 이름 캐시어스 클레이)의 기세는 대단했다. 이 떠버리는, 64년 도쿄올림픽 헤비급 금메달리스트인 프레이저를 ‘고릴라’, ‘엉클 톰’이라고 조롱해댔고, 둘의 장외 신경전도 대단했다. 그러나 막상 대결을 해보니, ‘스모킹 조’의 저돌적 복싱 앞에 알리는 속수무책이었다. 프레이저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강력한 레프트훅을 턱에 작렬시키며 알리를 링 위에 꼬꾸라뜨렸다. 결국 챔피언 프레이저의 15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프레이저는 이후 20세기가 낳은 세계 최고의 권투 영웅 알리를 처음으로 꺾은 선수로 기록됐다.

알리와 함께 60~70년대를 주름잡던 전설적인 복서 조 프레이저가 7일 밤(현지시각) 67살로 세상을 떠났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프레이저가 간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프레이저는 지난달 간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주부터는 호스피스 시설에서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한때 알리의 프로모터였던 밥 애럼은 프레이저의 사망 소식에 “그는 영감을 주는, 점잖은 사람이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떠나 마음이 찢어진다”고 애도했다.

프레이저는 첫 대결에서 알리를 눕히고 최고의 복싱 영웅으로 탄생했지만 이후 알리와 두차례 맞대결에 모두 패하며 평생 ‘알리의 그늘’ 속에서 지내야 했다. 비운의 복서인 셈이다.

그는 70년 지미 엘리스를 5라운드 만에 캔버스에 눕히고 세계 헤비급 챔프에 오른 뒤 4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73년 1월22일 ‘핵주먹’ 조지 포먼에게 2라운드 동안 무려 6차례나 얻어맞고 쓰러지며 결국 케이오(KO) 패를 당하는 등 복싱 인생에서 최악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이듬해 1월28일, 포먼을 누르고 챔피언에 오른 알리와 같은 장소에서 리턴매치를 벌였으나 판정패를 당했다. 75년 10월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알리와의 마지막 격돌은 그의 복싱 인생이 끝장나는 무대였다. 얼마나 얻어맞았던지 한쪽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퉁퉁 부어오르자, 15라운드에서 트레이너가 수건을 던져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프레이저는 이 승부에서 기권을 결정한 트레이너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는 이 시합을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대결이었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결국 알리 역시 파킨슨병으로 아직까지 고통받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프레이저는 76년 포먼에게 두번째로 패배한 뒤 은퇴했다. 통산 37전32승4패(27KO). 그의 화려한 전적에 패배를 안긴 것은 알리와 포먼뿐이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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