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강동희(45) 감독은 중앙대 86학번이다. 강 감독은 4학년 김유택, 3학년 허재와 함께 중앙대 ‘녹색 돌풍’의 주역이었다. 당시 중앙대는 실업 최강이던 현대와 삼성까지 제압하며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으로 양분되던 한국 남자농구 판도를 뒤바꿔놓았다.
강 감독과 녹색의 인연은 프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가 코치 시절부터 7년째 몸담고 있는 동부의 유니폼도 녹색이다. 공교롭게도 동부에는 유난히 중앙대 출신이 많다. 김영만(39)과 이세범(37) 두 코치가 중앙대 후배이고,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을 뺀 주전 4명도 모두 중앙대를 졸업했다. 박지현, 황진원, 윤호영, 김주성이 그들이다. 박지현과 김주성은 부산 동아고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진경석, 석명준, 안재욱까지 식스맨도 3명이나 중앙대 ‘녹색군단’에서 농구를 했다. 국내 선수 엔트리 11명 중 7명이 중앙대 출신이고,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지난 시즌 뒤 창원 엘지(LG)에서 중앙대 출신 석명준을 영입하자 “중앙대 동문회”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벤슨에게 “중앙대 명예졸업장을 줘야 한다”는 비아냥 소리도 나왔다.
장재홍 한국농구연맹(KBL) 홍보팀장은 “프로농구가 16번째 시즌을 치르는 동안 특정 대학 출신이 코칭스태프와 주전을 모두 차지한 경우는 동부 외엔 없었다”고 했다. 과거 실업농구 시절 기아가 중앙대 일색이었다고 해도 주축 선수 중에 정덕화(현 국민은행 감독)와 유재학(현 모비스 감독)이라는 두 걸출한 스타가 있었다.
성적이 나쁘면 뒷말이 나올 법한 라인업이다. 강동희 감독은 “일부러 이렇게 구성한 것은 아니고, 트레이드를 하다 보니 우연히 모이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동부는 지난 시즌 준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개막 후 8연승으로 프로농구 신기록을 세웠고, 사상 네번째 타이기록인 최소경기(11경기) 10승 고지에도 올랐다. 현재 10승1패로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동부가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결은 조직력이다. 특히 수비 조직력은 ‘질식’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한다. 평균 실점이 63.7점에 불과하다. 공격에서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팀 도움주기가 18개로 리그 2위다. 포인트가드 박지현은 지난 시즌 평균 3.9개(7위)에서 6.3개(2위)로 일취월장했다. 그는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했다.
동부는 팀 분위기가 끈끈하다. ‘학연’만 끈끈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동부는 끈끈한 학연을 끈적한 조직력으로 승화시켰다. 하나를 위한 팀이 아니라 전체를 위한 팀이다. 중앙대 ‘큰 형님’ 강동희 감독에서 파생된 ‘녹색 돌풍’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