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길(50) 전주 케이씨씨(KCC) 단장
스포츠 CEO를 찾아서 프로농구 KCC 최형길 단장
7시즌 동안 우승 4번 일궈
선수와 소통이 원동력돼
7시즌 동안 우승 4번 일궈
선수와 소통이 원동력돼
“인자무적(仁者無敵)입니다. 어진 사람은 적이 없죠.”
선수 출신 단장으로 7시즌 동안 우승 4번을 하고, 가는 곳마다 만원관중을 이끄는‘미다스의 손’. 몇번이나 인터뷰를 사양했던 최형길(50·사진) 전주 케이씨씨(KCC) 단장은 팬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1997년 프로농구 원년 직함은 원주 나래(동부·티지삼보의 전신) 사무국장. 구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머리를 싸맨 그의 첫 작품은‘3점 슈터’ 정인교(현 신세계 감독) 선수를 등장시킨 성금 적립이었다.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일정 금액을 쌓는‘사랑의 3점’ 이벤트는 프로농구 초기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례였다. 야구 투수가 1승당 얼마, 축구나 골프 선수가 1골이나 1타당 얼마 하는 식으로 금액을 내는 마케팅은 지금 흔하다. 하지만 10여년 전엔 최첨단이었다. 최 단장은 “일반 직원도 3점슛 적립금에 동참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원주 티지(TG)삼보에서 두번, 케이씨씨에서 두번 정상에 오른 힘은 선수에게 눈높이를 맞춘 낮은 자세에서 나왔다. 용산고-연세대 시절 가드로 뛰었던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이다. 그는 “운동선수들은 의외로 감수성이 예민하다. 어머니 같은 모성애가 필요하다”며 “스포츠단이 아니라 예술단이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돌본다”고 했다. 섬세하게 선수들의 마음을 장악할 때 폭발력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의리를 중시한다. 원주 티지삼보 단장이던 2004~2005 시즌 팀이 통합우승을 차지하고도 모기업 부도로 해체됐다. 그는 백방으로 인수기업을 찾아다녔고, 한편으로는 사비를 털어가며 5개월 이상 선수들 훈련비를 조달했다. “우승을 차지한 뒤 모두가 즐거워해야 할 시기에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며 아픈 기억을 웃음으로 날려버린다.
이전 티지삼보의 원주 치악체육관이나 현 케이씨씨의 전주체육관은 농구팬의 열기가 가장 뜨겁다. 근성과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팬 만족도를 높이고 다양한 팬 서비스 개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 단장은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인자무적’을 마음속으로 새긴다. 과거 티지삼보 단장 시절부터 주문처럼 외우는데, 그러면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그는 “사람 관계를 맺을 때 어진 마음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대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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