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의 신인 가드 김선형(23)
SK 김선형 체력·속공 뛰어나
경기당 14.6 득점 ‘토종 4위’
경기당 14.6 득점 ‘토종 4위’
키 1m86.7. 반올림해서 1m87인 단신 가드가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림을 향해 솟아오른다. 그러더니 호쾌한 슬램덩크를 꽂아넣는다. 관중들은 “꺄악~” 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주인공은 서울 에스케이(SK)의 신인 가드 김선형(23·사진)이다.
김선형이 프로농구 코트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작은 키에도 덩크슛을 벌써 4개나 성공시켰다. 덩크슛만 잘하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 축구선수 출신답게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현란한 스텝을 이용한 속공도 일품이다. 에스케이가 속공 2위에 오른 데는 대학 시절 이른바 ‘런앤건’(달리고 쏘는 속공)으로 중앙대 52연승 신화에 한몫했던 그의 활약이 크다.
골밑에선 상대 빅맨들이 알고도 당할 만큼 레이업슛 타이밍이 절묘하다. 체력도 뛰어나다. 중앙대에서 뛰던 김선형을 눈여겨본 신선우 전 에스케이 감독이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찜’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에스케이는 김선형 덕분에 6위(6승7패)를 달리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다.
김선형의 활약은 프로농구 신인왕 판도도 뒤흔들고 있다. 시즌 전 ‘대형 신인’ 오세근(24·KGC인삼공사)에게 도전할 만한 새 얼굴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김선형이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며 ‘1순위=신인왕’ 공식을 저지할 태세다.
김선형은 경기당 14.6득점으로 외국인 및 혼혈선수를 뺀 토종선수 4위(전체 16위)에 올라 있다. 오세근(15.9점·토종선수 1위)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강동희(45·동부 감독), 신기성(36·전자랜드), 김승현(33·전 오리온스) 등을 배출한 ‘가드 왕국’ 인천 송도고 출신답게 포인트가드 능력도 뛰어나다. 슈팅가드를 겸하면서도 도움주기 3.1개로 전체 1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신인왕 욕심은 잠시 접어뒀다. 그는 “팀이 6강에 오르는 게 우선이고 신인왕은 그다음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중앙대에서 김선형을 지도했던 삼성 김상준 감독은 “당시 오세근은 상대가 빅맨을 계속 투입해 막아내기도 했지만 김선형의 돌파를 막은 팀은 없었다”며 칭찬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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