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총재가 바뀐 뒤 케이비엘(KBL)이 달라진 게 뭔가요? 가장 기본인 중계방송도 해주지 않는 처사는 대체 뭔가요?”(12월7일 한 농구팬)
“이번주 중계방송 일정 보고 깜놀(깜짝 놀람)! 이게 뭐죠? 무려 3경기가 녹화 중계이고 게다가 수요일 전자랜드-모비스 경기는 다음날 새벽에 보여준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결과 다 알고 보는 녹화중계 참 재밌겠군요.”(12월12일 한 농구팬)
이번 시즌 프로농구 중계방송이 케이비엘 누리집 팬 게시판 등을 통해 농구팬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걸핏하면 생중계 대신 녹화중계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케이블방송 스포츠 채널 3곳 가운데 두 곳에서 프로농구를 중계했다. 올해는 여기에 <케이비에스 엔(KBS N)>까지 중계권을 가져갔다. 방송사는 한 곳이 늘었지만, 정작 중계방송은 다른 종목에 밀려 찬밥이다.
프로농구는 주중 저녁 7시, 주말엔 오후 3시와 5시에 열린다. 그런데 두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에 다른 종목, 특히 프로배구가 열리면 스포츠채널 세 곳 중 두 곳은 프로배구를 중계하고 나머지 한 곳만 프로농구를 보여주기 일쑤다. 생중계에서 빠진 프로농구 경기는 녹화중계로 빠진다. 더욱이 얼마 전 막을 내린 프로축구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주말 프로농구를 생중계로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케이비엘은 아이피티브이(IPTV)인 스포티브이(SPOTV)와 데일리안티브이를 통해서도 프로농구를 볼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피티브를 설치한 집에 한정된 얘기다.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를 통해 11월부터 지상파 디엠비(DMB) 채널인 유(U)1과 큐비에스(QBS)에서 프로농구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시즌에는 시청률도 비상이다. <에스비에스 이에스피엔(SBS ESPN)>과 독점 계약을 맺고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여자프로농구에도 시청률이 뒤진다. 여자농구는 지난 시즌(0.133%)보다 3배 이상 높은 0.4~0.5%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남자농구는 케이블방송 3사에 따라 0.36~0.46%(2라운드 평균)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여자농구가 0.617%를 기록해 남자농구 두 경기(0.215% + 0.290%)를 합친 시청률보다도 높았다.
한선교 케이비엘 총재는 지난 8월 총재 경선 과정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경기 텔레비전 중계’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상파 중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에도 나섰다. 방송인 출신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한나라당)인 그로선 가장 확실하게 실천해야 하는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3년 임기 중 첫 시즌은 이미 헛공약이 되고 있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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