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농구단 드림팀 어린이들이 10일 제주에서 현지클럽 ‘쿠바’와 경기를 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농구만 하면 우윳빛깔 뽀얀 얼굴엔 생기가 넘친다. 사진 하나투어 제공
보육원 아이들 모은 ‘드림팀’
도움 손길에 친선경기 떠나
“한라산 등정도 기대돼요”
도움 손길에 친선경기 떠나
“한라산 등정도 기대돼요”
“채동엽, 채동엽, 우윳빛깔 채동엽!”
“패스, 패스, 그렇지, 잘했어!”
10일 보육원 어린이 농구단 ‘드림팀’이 제주지역 유소년농구클럽 ‘쿠바’(KUBA)와 친선경기를 펼친 제주시 한림읍 한림체육관. 드림팀 선수들의 현란한 드리블과 멋진 레이업슛에 벤치에 앉은 동료들이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상대보다 키와 몸집은 작았지만 날쌘 가로채기로 기회를 만들고, 튄공을 잡자마자 길게 던져 속공으로 연결하는 게 어린이팀 같지 않다. 최종 점수는 53-23. 드림팀의 30점 차 압승이었다. 심판을 본 드림팀 천수길 감독의 휘슬이 ‘예의상’ 상대에게 유리하게 불렸는데도 점수 차이는 컸다.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26점을 넣은 드림팀 정민근(12)군은 가뿐 숨을 내쉬면서 “이다음에 커서 (KGC인삼공사의) 양희종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드림팀의 센터 양조희(12)군은 “상대편 애들이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우리는 기술로 제압했다”며 뿌듯해 했다.
드림팀은 천수길 한국농구발전연구소장이 2006년 7월 꿈나무마을 등 서울시내 3개 보육원 어린이들을 모아 만들었다. 지금은 꿈나무마을 어린이 13명으로 이뤄졌고, 이 중 12명이 알로이시오초등학교(옛 소년의 집)에 다닌다.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들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에 열정은 더 뜨겁다. 2010년 전국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 7일 끝난 국일정공배 전국유소년대회에서도 저학년 2위, 고학년 3위를 차지했다. 이강초 코치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대팀과 큰 실력 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클럽팀 중에선 전국 최상위권이고, 엘리트 선수들과 대결해도 중상위권의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드림팀의 제주행은 하나투어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여객선을 타고 일본에 전지훈련을 갔다. 9일 난생처음 비행기를 탄 이기찬(11)군은 “비행기 안에서 구름이 보여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3박4일 일정 동안 농구만 하지는 않는다. 10일엔 올레길을 걸었고, 11일에는 한라산에 오른다. 박무겸(12)군은 “한라산 등정이 가장 기대된다”고 했다. 드림팀 어린이들이 모처럼 제주에서 단꿈을 꾸고 있다. 제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