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SK핸드볼 선수선발 현장
“헉헉~ 헉헉~”
트레이닝복 위에 녹색 조끼를 입은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 전까지 핸드볼 선수로 뛴 이들이지만 정해진 구간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지구력과 스피드를 측정하는 ‘퀵퀵 테스트’를 마친 뒤 하나같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기존 선수들과의 연습경기에선 “봐주지 말고 수비 똑바로 하라”는 김운학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19일 서울 방이동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 보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신생팀 에스케이 루브리컨츠의 선수 공개선발 현장. 서류 심사를 통과한 10명의 선수가 개별 인터뷰와 기초체력 평가, 기술 측정, 연습경기 차례로 테스트를 받았다. 에스케이 루브리컨츠는 최근 용인시청을 인수했지만 선수가 8명에 불과해 이번 공개 테스트로 선수를 보강한 뒤 다음달 14일부터 시작되는 2012 핸드볼코리아리그에 참가할 예정이다.
코트에서 다시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포기했거나 고교 졸업 뒤 실업팀한테서 외면받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핸드볼큰잔치에서 신인상과 득점상을 받았지만 소속팀과의 계약 분쟁에 휘말린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조효비(21·인천시체육회)도 테스트에 참가했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국가대표 출신 이선미(24). 용인시청 소속이던 그는 2010년 말 팀의 해체 방침이 정해진 뒤 유니폼을 벗었다가 지난해 코리아리그에 ‘무보수 선수’로 합류해 화제가 됐다. 그동안 헬스클럽 트레이너 등으로 일했다는 그는 “오랜만에 옛 동료 선수들 앞에서 테스트를 받으려니 쑥스러웠다”며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어느 팀이든 불러만 주면 핸드볼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퀵퀵 테스트’와 제자리 멀리뛰기 등에서 1위를 하는 등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한 뒤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골키퍼 김종란(23·전 부산시설공단)은 “아직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진 않았지만 다시 코트에 서고 싶은 마음으로 공개선발에 응했다”고 했다. 곽영자(20), 노현아(19), 추소희(19) 등 고교 졸업 뒤 스카우트의 손길을 받지 못한 이들도 신생팀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화제를 모았던 일본 실업팀 소니 출신의 센터백 나가노 가즈사(30)는 어깨 통증으로 불참했다.
김운학 감독은 “아직 훈련량이 부족하지만 다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며 “곧바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도 서너명은 된다. 최대한 많이 뽑고 싶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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